경실련, 지난해 신고 기준 정부 고위공직자 38% 농지 소유 분석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광명·시흥 땅 매입으로 시작된 ‘투기와의 전쟁’이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농업인의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농지’가 정치권과 관가에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에서 ‘LH 한국농지투기공사’라고 쓴 현수막을 LH 깃발 자리에 걸고 있다. [연합] |
12일 인사혁신처 및 국회 등에 따르면 국가·지방 정무직, 4급 이상 공무원, 그리고 선출직인 국회의원 등 대략 23만명에 대한 2021년도 정기 재산 변동신고가 지난 2일 마감됐다. 이 결과는 빠르면 이달 말 공개된다.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의 재산 내역도 공개 대상이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해 국회의원 재산신고를 바탕으로, 현역 300명 의원 중 25.3%인 76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정부 고위공직자 1862명 중 38.6%가 농지를 소유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전국 ‘농지’ 중 비농민이 소유한 땅의 비율은 1995년 33%에서 2015년 43.8%로 크게 늘었다. 귀농이 늘어난 까닭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미래 개발을 노린 투자 목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의 ‘농지’ 소유 자체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대부분 상속 또는 노후용 주택부지나 텃밭 매입 식으로 해명했고, 상대적으로 아파트나 빌딩 등 다른 부동산 자산에 비해 가격변동이나 비중이 크지 않았던 까닭이다.
LH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밭에 묘목들이 심어진 모습. [연합] |
하지만 이번 LH 임직원들의 투기 논란 과정에서 ‘농지’를 사고, 여기에 세금 및 규제 회피를 위해 버드나무 묘목 등을 심은 것이 밝혀지면서 앞으로 공개될 공직자 재산신고에서도 ‘농지’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등이 지난번 신고와 비교해 신규로 부동산, 특히 문제 지역에 농지를 취득했거나, 반대로 높은 가격에 처분했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농지는 사용 용도 제한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향후 용도변경이나 개발 등으로 가치가 급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LH사태 이후 자체조사에 나선 정부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진신고 대상 중 하나로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경우를 포함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심지어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 공간 확보를 위해 구매한 농지도 농업경영계획서 내용이 문제가 되며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이강훈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최근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의 법적 평가와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도시 주변의 농지 대부분은 농업인이 아닌 외지인들이 소유하고 있다”며 “농지 소유 제도를 재정비하고 개선하지 않고서는 농지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가 난망하다”고 엄격한 농지법 적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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