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LH 투기 의혹’ 1차 조사결과 ‘의혹만 키웠다’ [부동산360]
지난 9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LH 본사와 과천의왕사업본부, 광명시흥사업본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국토교통부 공무원(4500명)과 LH 직원(9900명)을 합해 1만4500여명에 대한 투기의혹(이하 ‘LH의혹’) 1차 조사 결과 의심 사례 20건이 확인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LH의혹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모든 의심과 의혹에 대해서 이 잡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장에선 “형식적인 조사”, “의혹과 궁금증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만4500명 조사하고 7건 추가, 그 뿐일까…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LH의혹 1차 조사결과 새로 밝혀진 건 7건이다. 기존 민변과 참여연대가 발표한 13건과 더해 20건의 ‘투기 의심 사례’를 발견했다는 거다. 그 20건은 모두 LH 직원인데, 실제 불법인지는 아직 모른다. 시민단체들이 LH의혹을 처음 발표하고 난 후 9일이나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없다. 정 총리도 이날 발표에서 “부동산 거래 내역을 실명을 통해 확인한 것일 뿐 직접적인 조사를 한 건 아니다. 의심이 드는 사례일 뿐이다. 특별수사본부로 넘기면 거기서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실제 투기를 했으면 차명으로 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바보가 아니고 누가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를 하면서 실명으로 하겠냐”, “실명을 쓴 사람들은 실제 투기가 아니거나, 투기라고 해도 자금 규모가 작은 ‘초짜’들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제대로 투기를 하는 내부자라면 실명을 쓸 리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인은 물론 직계 가족 등까지 차명 거래를 확인하려면 금융계좌 등을 압수해 자금거래를 확인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수사다. 정 총리가 “법으로 무겁게 단죄할 것”이라고 했지만, 제대로 진행될 지 여전히 미지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4대책 차질없이 추진?…LH가 실무 담당인데?

정 총리는 “LH에 대한 국민 신뢰는 회복 불능으로 추락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LH와 임직원은 과연 더 이상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환골탈태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뒤 “당초 계획했던 공공주택 공급은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2·4대책을 통해 발표한 공공주도 공급계획 추진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시장에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려진대로 2·4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LH가 맡고 있다. LH는 정부가 만든 주택 정책을 현실화하는 실무 조직이다. 국토부가 머리라면 LH는 몸이다. 3신도시를 포함한 택지지구 지정, 공공분양, 임대주택 공급, 역세권 개발 등 공공주택 공급의 실무의 대부분을 LH가 맡는다.

LH에 대해 “국민의 신뢰가 회복 불능”이라고 표현하면서, LH가 실무를 맡고 있는 공공 주도 공급 대책을 어떻게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수술을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일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정 총리는 이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주택공급은 LH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면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범정부적으로 주택공급을 추진할 것”이라고 애매하게 답했다. ‘범정부적으로 추진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또 다른 궁금증을 낳게 하는 답변이다.

공공 투기 드러났는데…민간도 싸잡아 범죄 단죄한다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3차 정례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연합]

정 총리는 이날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허위매물, 기획부동산, 떳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하여 강력하게 집행하겠다”고 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공공 기관 직원의 조직적인 투기 의혹이 드러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갑자기 민간 영역도 싸잡아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꼴이다.

민간 영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내 ‘투기와 전쟁’ 대상이었다. 스무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동안 매번 민간을 향해 ‘투기수요 엄단’을 강조했다. 국토부는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을 만들었고, 한국부동산원은 ‘실거래가상설조사팀’을 꾸려 실시간 모니터링 등 단속 업무를 해왔다. 서울시도 별도로 ‘민생사법경찰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단속 결과는 정기적으로 언론에 알렸고 그중 일부는 형사 입건, 국세청 통보 등을 했다며 성과를 자랑했다.

정부는 이번에도 민간까지 싸잡아 불법과 불공정이 심각하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속을 더 강력하게 하겠다는 건가? 웃기지도 않다”고 말했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상대방도 잘못했다고 ‘물타기’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씁쓸해 하는 사람도 있다.

‘답답함이 해소된 게 아니라 더 화가 나고, 의혹만 커졌다.’ ‘LH의혹’ 1차 조사결과를 본 시장 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