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장기채 금리 견인해
시장과 달리 실물개선은 더뎌
중앙銀 초저금리 유지 불가피
투기·차입규제로 거품 막을듯
글로벌 경제가 가열과 과열의 딜레마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피해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는데, 초저금리에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까지 예고되면서 자산가격은 과속구간으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자산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려면 초저금리 통화정책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아직 미지근한 경기를 가열시키기 위해서는 당분간 ‘제로금리’ 유지가 불가피하다. 긴축이라는 ‘제동’ 보다는 금융규제 등을 통한 자산시장의 ‘저단변속’이 시도될 전망이다.
최근 3년만기 국고채 금리(yield)는 1%대로 다시 올라섰고, 10년물 금리는 2%에 육박하며 22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인 1.35%대로 높아졌다. 2월 평균금리를 기준으로 10년물과 2년물(미국은 국채, 한국은 통화안정증권) 금리차는 미국이 1.101%포인트, 한국이 0.967%포인트다. 미국은 2017년 3월, 한국은 2011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의 촉발지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의 원자재 시장 유입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강해진 경기개선 기대는 원자재 수요확대 예상으로 이어졌고, 자금유입으로 가격상승이 이뤄졌다. 채권 금리 상승은 이같은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채권금리를 자극하는 모앵새다. 대규모 국채 발행물량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매도물량 증가가 주 원인이다.
보통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가 올라 돈을 빌려 투자하는 개인과 기업들에 타격을 준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에서 얻는 고정수익이 높아지면 위험을 무릅써야하는 주식의 상대적 투자매력도 줄어든다. 하지만 대출금리에 영향이 큰 단기금리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2년만기 미국채는 0.1% 수준으로 2007년 3월 대비 1%포인트 이상 낮다. 통안증권 2년물 금리도 0.86%수준이다.
시장에서도 장기금리 상승과 장단기금리가 확대를 경제회복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 주 미국의 올 성장률 전망을 3.5%에서 4.6%로 상향했다. 바이든 부양책이 실행된다면 6~7%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금주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 연말 전망치인 2.8%를 넘어 3%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기가 개선되면 기준금리를 올려 과열을 막는 게 보통이지만, 현재 상황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제이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재닛 얠런 재무부장관 모두 미국의 실질실업률을 10%가량으로 보고 있다. 공식통계인 6.3%와 차이가 크다. 둘 모두 긴축 전환은 시기상조이며 여전히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한은도 23일 국회업무보고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방침을 밝혔다.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묶어두면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개선 기대를 반영한 정도라면 몰라도, 실물을 훨씬 넘어서는 자산가격 급등이라면 거품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보다는 정부 중심의 금융규제론이 묘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투기를 막고, 차입을 제한하는 접근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금융안정을 위해 감독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내달 금융위에서 가계부책 종합 대책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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