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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실률은 급등하는데, 상가 인기 역대급 뛰는 이유 [부동산360]
경매시장 응찰자 수 역대 최대
낙찰가율·낙찰율도 상승세
코로나19 침체된 상가 경기와 엇박자
빈 상가 늘어도 건물가치는 뛰어
저금리, 대출여건 좋아 투자자 몰려

서울 마포구 홍대 상권 일대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8일 오전 서울동부지법 경매3계. 광진구 중곡동 재운빌딩 1층 39㎡(이하 전용면적) 상가가 경매에 나와 2억5555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2억2400만원인 이 상가는 지난해 11월 한 차례 경매가 진행됐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가 이번에 최저가를 1억7920만원으로 낮춰 다시 경매를 진행했다. 낮아진 최저가 때문인지 이번 경매엔 분위기가 달랐다. 응찰자가 10명이나 몰려 입찰경쟁이 치열했다. 낙찰자는 A법인으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14.09%까지 높아졌다.

경매시장에서 ‘업무상업시설’ 인기가 이상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임차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빈 상가는 늘고 있는데, 경매시장에서 업무상업시설 인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경매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1월 전국 업무상업시설(상가·점포·아파트상가·주상복합상가·근린상가·업무상업시설) 평균 응찰자 수는 4.0명으로, 2001년 조사 이래 가장 많다. 수도권 업무상업시설 평균 응찰자 수도 5.3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경매에 얼마나 비싸게 응찰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평균 낙찰가율도 상승세다. 1월 전국 업무상업시설 평균 낙찰가율은 67.3%로, 지난 한 해 월간 평균 낙찰가율(66.1%)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수도권 업무상업시설 평균 낙찰가율은 74.6%로, 지난해 월평균 낙찰가율(74.7%)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업무상업시설 평균 낙찰가율은 2019년엔 월평균 67.9%로, 70% 밑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낙찰가율이 더 높아진 셈이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업무상업시설 경매에 더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수도권에선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도 높다. 1월 수도권 업무상업시설 낙찰률은 43.2%로, 2017년 4월(44.7%) 이후 가장 높았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도 응찰자들이 많이 몰리고, 10건 중 4건 이상이 주인을 찾고 있다”며 “주요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도 상가가 경매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 씁쓸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가 경매에 36명 몰리기도…투자상품으로 주목=수도권 경매시장엔 상가시설에 많은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급등하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지난달 20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경매11계엔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능곡삼성프라자 5층 상가 109.3㎡가 처음 경매에 나와 감정가와 같은 2억220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는 36명이나 됐다. 전날 이 법원에선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에 위치한, 감정가 10억9624만원인 근린상가의 경매가 진행됐는데 19명이 몰려 11억77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 상가는 앞서 이미 두 차례 유찰됐다가 이번에 응찰자가 늘어나면서 낙찰가율이 감정가 이상으로 뛰었다.

경매시장에서 상업시설이 인기를 끄는 건 상가 투자자들이 경매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실률이 늘고 있는데도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 상황에서 상업시설의 토지와 건물 가격은 계속 뛰고 있고,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보다 싼 물건을 찾아 투자자들이 경매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상가는 감정가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주택에 비해 세금 부담도 크지 않아 최근 부동산 투자자 가운데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가 투자수익률 상승세=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우리나라 상업시설의 투자수익률은 전분기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전분기 소득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을 합산해 산출하는 투자수익률은 오피스는 1.64%, 중대형 상가는 1.38%, 소규모 상가는 1.21%, 집합 상가는 1.44%로 모두 전분기보다 높아졌다. 특히 자산가치 변동을 나타내는 자본수익률은 오피스 0.62%, 중대형 상가 0.46%, 소규모 상가 0.40%, 집합 상가 0.35%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이니 고가 상업시설에도 응찰자가 몰린다. 지난달 27일 수원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감정가 42억1908만원짜리 수원시 권선동 숙박시설 1921㎡에는 17명이나 응찰해 41억44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경매시장에서 상업시설이 인기를 끄는 건 임차인이 어려운 것과 별개로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라면서 “소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상업시설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경매시장에 물건이 별로 없어 희소성도 더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감소세 뚜렷한 상가 경매 물건=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업무상업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1374건으로, 2019년 월평균 1905건과 2020년 월평균 1862건보다 30%가량 적다. 수도권 기준으로도 마찬가지. 올 1월 수도권 업무상업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384건으로, 2019년 월평균 598건과 2020년 월평균 492건보다 30~40% 정도 급감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로 상가 공실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 건물주가 늘고,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늘어날 것이란 상식을 깨는 통계치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건물주는 상대적으로 버티기 유리한 여건”이라며 “상가에서 일부 공실이 생겨도 한편으론 부동산값은 오르니까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자들은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잘 되니 굳이 비용이 들어 헐값에 팔릴 가능성이 큰 경매로 넘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흐름은 지역적으론 차별화된 모습을 띤다. 수도권 업무상업시설은 인기가 높지만 지방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1월 전남 지역 업무상업시설의 낙찰률은 10%로, 입찰이 진행된 10개 중 단 1개만 새로 주인을 찾았다. 제주(13%) 충남(14.2%) 부산(17.5%) 등도 낮은 낙찰률로 업무상업시설이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 상업시설은 인기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영진 대표는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클 때 상가는 임대수익률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고, 향후 부동산 가치도 전망하기 어려운 투자상품”이라면서 “복수의 전문가 의견을 들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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