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핵심기술 확보 핵심
바이든 정부 신경제정책
통화→실물 부양책 변화
글로벌 경제의 양대 축을 이루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정책의 대전환 기로에 섰다. 그 동안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미국은 이달 대선을 계기로, 중국은 최근 마친 5차 전체회의(5중전회)가 전환점이다. 우리 경제와 가장 밀접한 두 나리인 만큼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한 자산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주 중국은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향후 5개년(2021~25) 경제개발 계획 윤곽을 확정했다. 건물이나 다리를 짓는 지난 계획들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철저하게 미국을 염두에 둔 목표들이 눈에 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를 현재의 2.2%이하에서 3% 이상으로 높여 바이오, 반도체, 신에너지 자동차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어차피 미국과 중국은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가 됐다. 아직은 미국의 국력이 미국을 압도한다. 중국의 최대 열세는 2가지다. 기술력과 정보·외교력이다. 특히 중국의 첨단기술 습득을 원천봉쇄하려는 미국의 제재에 아직은 속수무책이다. 비대칭 전력을 극복하지 못한 채 부딪히면 자칫 낭패만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두 번째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시 주석이 마오쩌뚱과 덩샤오핑에 이어 중국 공산당의 3번째 종신집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번 5중전회에서 2035년까지의 장기계획을 내놓은 것도 그 의도를 드러냈다는 풀이가 나오지만 당장 시 주석에겐 2021년과 2022년의 경제성과가 중요하다.
이번 5개년 계획은 목표가 구체적인 숫자로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기술력은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다. 정책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내년 봄 전국인민대표회의 때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도 열어둘 필요가 있었을 지 모른다. 그럼에도 절박함은 드러난다.
최근 화웨이는 자체 반도체 공장 건설계획을 내놨다. 45nm 반도체를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28nm 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일정이다. 스마트TV와 사물인터넷 등에 쓰이는 반도체 수준이다. 2022년까지는 5G 통신장비에 사용되는 20nm를 자력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제품 수준이 5nm~10nm다. 이 정도는 되어야 스마트폰에 사용할 수 있다. 기술격차가 15년 이상인데, 중국 산업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이를 좁혀야 한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한 반 도체 장비도 자체 조달이 필요하다.
미국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모두 탈환하는‘블루웨이브’가 유력하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교체되는 것 이상의 대전환이 예상된다. 요약하면 증세로 확보한 재원으로 사회간접자본 건설하고, 빅테크의 지나친 영향력을 규제해 IT업계의 활력을 되살리는 경로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췄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28%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는 증세로 S&P500 기업 이익이 약 9%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로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도 있다. 하지만 세 부담은 모든 기업이 지지만, 실적 수혜는 일부 업종에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년간 자본시장에서 승승장구 해온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경제 전반에 미칠 피장도 상당할 수 있다. 구글에 이어 애플도 최근 규제로 인한 실질적 피해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공식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시 행정부에서 발생했고, 뒤이은 오바마 정부는 이의 극복을 위해 금융정책인 양적완화를 공격적으로 펼쳤다. 코로나19 위기는 실물위기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도 금융정책에 치중해 자산시장은 되살렸지만, 실물경제로까지 충분히 온기를 전하지 못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면 앞으로 최소 4년간 자신시장 보다는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들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도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행정부 때만해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환경파괴 우려가 큰 셰일가스 개발을 허용했지만, 바이든 정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견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방식이 다를 뿐 중국의 기술력 강화는 미국의 패권에 위협요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국가 안보 운운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소수민족 문제와 인권 문제 등을 운운하며 중국을 견제할 수도 있다.
요약하면 중국은 치열한 기술 전쟁을 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인재 영입부터 자본 투입을 통한 인수합병(M&A)이나 제휴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도 2009년 이후 지속되어 온 금융 중심의 ‘돈 풀기’ 정책에서 실물경제를 직접 자극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유력하다. 다만 중국의 새 5개년 경제계획도 내년 봄에야 확정된다.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도 정책변화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변화의 흐름을 읽어낼 시간이 아주 짧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