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에 전세회피수요 매수수요로 돌아서며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맷값도 첫 6억원 돌파
정부 발표와 달리 월세전환 나타나며 월세지수도 상승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전세 매물이 줄었다거나 전세가 월세로 급격하게 전환됐다는 것을 통계수치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나 10월 주택 시장 관련 숫자는 이와는 반대로 나타났다.
31일 KB국민은행이 내놓은 10월 월간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전셋값 상승은 가파르게 이뤄져 서울 아파트 10채 가운데 4채는 전셋값 평균이 6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사정이 이렇자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6억원을 넘겼다.
또 제자리걸음을 하던 월세 역시 8월 넘어가면서부터 상승 추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으로집계됐다. 앞서 국토부가 “임대차 3법 시행과 월세 전환 추세가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된다.
전세 품귀로 인한 전세난이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비어 있는 매물정보란. [연합] |
당장 서울 아파트 5분위별 전세 평균 가격을 살펴보면, 이달 4분위(상위20~40%) 아파트 전세 평균값이 6억1963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4채는 평균 전셋값이 6억원을 넘는다는 이야기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나란히 세운 뒤 5등분해 집계하는 이 통계에서 5분위(상위20%) 값은 연초 8억2329만원에서 이달 9억4310만원으로, 4분위 값은 5억2750만원에서 6억1963만원으로 각각 1억원을 넘나드는 상승세를 보였다.
평균 전셋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이 값은 정부가 임대차법을 시행한 7월 말 이후 급격히 올랐다. 상반기까지 평균 전셋값은 4억7796만원에서 4억9148만원으로 2.8% 상승에 그쳤는데, 7월 이후 10월까지는 4억9922만원에서 5억3677만원으로 7.5%가 급등했다.
임대차법이 기존 세입자의 주거안정성을 보장하고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막아준 대신,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수요는 전세난을 고스란히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노원구 꿈의숲SK뷰 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은 9월 28일 전세보증금 4억8000만원 최고가에 계약했는데,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같은 면적 전셋값은 2년간 3억5000만원 전후에 거래됐었다.
영등포구 당산효성타운2차 아파트도 84㎡ 전셋값이 지난해초부터 지난 7월까지 6억~6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는데, 이달 계약서를 쓴 두 건의 거래는 모두 7억원을 넘겼다.
김 장관의 말과는 반대로 월세전환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고가 전세 밀집 지역이나 직주근접, 학군지 등에선 전세 매물 찾기가 어렵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이달 계약을 신고한 임대차 계약 3건이 모두 월세다. 가장 최근 거래인 28일에는 84㎡가 보증금 10억원, 월세 278만원에 계약됐다. 송파구 리센츠도 이달 84㎡ 임대차 계약 22건 가운데 9건을 제외하고 월세를 낀 계약서를 썼다.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선 집주인은 월세로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세입자 역시 전세보증금 상승 부담을 낮추는 차원에서 월세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년에 1% 상승도 하지 않던 월세지수도 지난달부터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세지수 통계는 2016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지난달 처음으로 101.2로 101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01.6을 가리켰다. 2019년 1월 14일 월셋값을 100으로 한 이 지수는 연초에도 100.0에 머물렀으며 올해 7월까지도 100.3 수준이었다.
특히 서울 강남 11개구의 경우, 올 들어 월세지수 상승률이 1.88%로 강북 14개구(1.54%)보다 더 높았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 월세전환과 더불어 집값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정책 방향을 매매 시장 및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전셋값이 매맷값을 밀어내면서 서울 외곽 및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에선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맷값을 살펴보면, 전월(5억9815만원) 대비 640만원 오른 6억455만원으로 조사됐다. 2008년 12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이 숫자가 6억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서울에선 2분위(하위 20~40%) 아파트 평균값이 지난달 7억1301만원으로 처음으로 7억원을 넘긴 가운데 이달도 7억1779만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 1월 서울 2분위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5억8984만원으로 6억원 아래였다. 10개월만에 1억2795만원( 21.7%)이 상승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중저가 아파트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내년 서울에서 2만 채, 경기권에서 3만 채 가까운 입주물량 감소가 나타난다”면서 “전세품귀와 전셋값 상승이 나타나면 매맷값도 안정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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