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건축 규제 일변도 정책 이어져, 지자체·정치권 ‘불통’도 반발 키웠다는 지적
서울 양천구 목동11단지 일대 붉은 현수막으로 항의 문구가 적혀 있는 모습. [11단지 소유주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소방도로 전무하다, 화재나면 다죽는다.”, “의원은 녹을 먹고 주민은 녹물, 우리의 눈물 모아 구청장 수영하나.”, “목숨 걸린 안전진단, 목동 주민 살게하라.”
전체 14개 단지, 총 2만6629가구 규모로 서울 최대의 초기 재건축 아파트 밀집지역인 양천구 목동 일대. 그 중에서도 목동7단지와 11단지를 중심으로 최근 이 같은 붉은색 현수막 물결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큰 현수막은 가로 14미터, 세로 24미터에 달한다. 10층 이상 아파트 한쪽 벽면의 절반 이상을 덮는 크기다. 현재 대부분 신시가지 단지들이 현수막 부착 여부와 관련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목동 주민들이 강력한 입장 표명에 나선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9월 목동9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한 것이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안전진단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둔 인근 단지들의 향후 재건축 사업 전망에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이번 일을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재건축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에, 목동 주민들의 요구를 계속 외면해 온 지자체와 정치권의 불통 행정까지 겹치면서 결국 이번 행동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9단지는 지난달 24일 구청으로부터 2차 정밀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통보 받아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은 A~E등급으로 나뉜다. A~C등급은 재건축 불가, D등급은 조건부 가능, E등급은 재건축 확정이다.
목동 9단지는 1차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 가능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2차 정밀 검증 결과, 최종 C등급을 받아 재건축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지난 5월 마포구 성산시영과 6월 목동 6단지는 2차 안전진단 통과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과 이후 시점에 따라 안전진단 결과가 명확하게 갈린 것이다.
이와 관련 목동의 한 재건축 소유주는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평가해야할 안전진단 평가에, ‘부동산 정치’로서의 정책적인 방향이 담겨서 일부러 통과시키지 않았다는 불신이 목동 전체 단지에 팽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2차 정밀안전진단에 통과한 서울 양천구 목동6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향후 재건축 규제도 더 강화된다. 지난 6·17 대책 내용을 보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정밀안전진단 업체 선정 주체는 현행 시군구에서 시도로 바뀌고, 적정성 검토 의뢰 주체도 시군구에서 시도로 격상된다. 서울의 경우 구청이 아닌 시청이 안전진단을 직접 챙기는 것이다. 기존보다 상위기관에서 재건축 사업을 맡도록 해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앞으로 안전진단 진행 과정이 더 까다로워지고 시간도 더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올해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들은 2년 실거주 규제가 적용되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내년부터 2년 실거주 조항이 적용되면 이를 충족하지 못한 조합원은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감정평가 기준으로 현금청산을 해야 한다.
현재 단지별 주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재준위)는 집단행동과 더불어 법리적 검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목동11단지 재준위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를 집값 논리로 바라보고 안전진단을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면서 “목동은 현재 소방도로가 전무하고 스프링클러도 없는 노후 아파트로, (정부는) 화재위험에 노출된 2만6000여 세대의 귀한 생명과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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