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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건물’인데…강남 빌딩 4개월만에 50억 올라 [부동산360]
한 건물 건너, 통째 공실 ‘가로수길’
지가 상승 덕에 월세 없이도, 수십억원 올라
강호동 빌딩, 수개월 공실 끝 플래그십스토어 들어서기도
100억원대 빌딩주들에겐 ‘빈 건물’도 전략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서울 대표 상권 중 하나인 강남구 가로수길. 8일 오후 찾은 거리는 ‘애플 스토어’ 입구에만 사람이 몰려있을 뿐, 한산했다. 특히 양방향 메인도로에 있던 대형 커피전문점이나 화장품전문점 등이 있던 목 좋은 빌딩도 1층부터 공실이 발생해 상권 몰락을 알리는 듯 했다. 이미 1분기 공실률 두자릿수를 기록한 이 일대는, 각종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도 고객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 빌딩 값은 공실과 무관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로수길 입구 전경. 최근 건물 공실이 늘고 유동인구가 줄었으나 빌딩 가격은 오히려 상승추세다. [카카오맵]

‘빈 건물’도 전략…공실이던 강호동 빌딩, 패션브랜드 통째 임대

빌딩업계에 따르면, 가로수 길에는 연예인 강호동 씨의 빌딩도 있다. 2018년 여름, 141억원에 구입한 그의 빌딩은 애플스토어와 같은 라인에 위치한다. 꽤 오래 비워있던 해당 빌딩은 올 6월 패션브랜드 메트로시티의 플래그십스토어 ‘빌라 디 메트로시티’가 건물을 통째 빌려 들어왔다.

구동현 케이펙 중개법인 빌딩사업부 팀장은 “가로수길 상권이 예전같지 않다고 해도, 애플스토어에서 볼 수 있듯이 주요 브랜드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때문에 임대인 중에는 층을 나눠 임대를 주느니, 아예 비워두고 있다가 빌딩 가치를 높이고 통째로 임대할 상징적인 임차인을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빈 건물’도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가로수길 메인도로에 위치한 연예인 강호동씨의 건물. 비어있다가 지난 6월 패션브랜드 메트로시티가 입점했다. [케이펙 중개법인]

아파트 주로 거래하던 중개업소도 꼬마빌딩…주택 시장 떠난 유동성 빌딩으로

자산가들과 주로 거래를 하는 부동산중개업계에선, 시중 유동성이 주택에서 빌딩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임대료 수입이 중요하지 않은 자산가들에겐 지가 상승에 따른 빌딩 시세 차익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설명이다. 50억원, 100억원 이상 빌딩 소유주일수록 이 같은 흐름은 더 강하다.

이에 주로 아파트를 거래했던 강남권 공인중개업소들도 빌딩 매수에 뛰어들고 있다.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로, 50억원대 꼬마빌딩을 알아봐달라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매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품귀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상업·업무용 부동산(오피스텔 포함)은 4만4000건으로 전년 동기 3만7000건 대비 7000건이나 많다. 코로나19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전같지 않다고 하나, ‘투자처를 잃은 돈’은 빌딩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로수길 메인도로 1층 점포가 8일 오후 비어있다. [케이펙 중개법인]

압구정 빌딩, 4개월 만에 50억원 올라

돈이 흘러들어오다보니, 값도 상승세다. 자산가 A씨는 지난 5월 압구정 이면 도로에 위치한 빌딩을 100억원 가량에 매입했다. 대지면적 3.3㎡ 당 1억원 가량의 가격이었다. 빌딩 매입 후 3개월 정도 건물을 비우고 리모델링 공사를 했는데, 공사 후 바로 매물로 내놓았다. 한달 만인 지난달 해당 빌딩은 147억5000만원에 팔렸다. 4개월 만에 값이 47억5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주택 시장에 비해 대출 규제가 덜한 것도, 자산가들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특히 주택 가격이 20~30억원대로 많이 오른 다주택자는 각종 규제에 아파트를 팔아 대출을 더해 꼬마빌딩 매입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북 지역의 꼬마빌딩의 경우, 자기자본 15~20억원이면 대출을 받아 40억원 가량의 꼬마빌딩 매입이 가능하다”면서 “2018년만 해도 3% 후반대가 저금리였는데, 2%대 대출금리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자산가들의 관심이 크다”고 밝혔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부장도 유망한 부동산투자상품으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꼽았다. 신 부부장은 “취득, 보유, 처분 등 모든 단계에서 (주택보다) 세금부담이 적다”면서 “특히 시세 차익 가능성이 있는 단독상가건물이 더욱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오르고 대기 수요도 있다보니, 이례적으로 거래가 잦은 건물도 나온다. 구동현 팀장은 “본래 빌딩은 단기간 손바뀜이 잘 나타나지 않는데, 강남 한 빌딩은 2016년부터 2017년, 2019년까지 최근 4년간 세 차례 매매거래가 이뤄지면서 값도 30% 올랐다”면서 “최근 성수동 꼬마빌딩도 대지면적 3.3㎡당 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도산대로 인근 건물이 1억5000만~2억원까지 거래되는 등 올 들어 가격 상승폭도 크다”고 전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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