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투명성 높인 공공 재개발 사업, 아직 하겠다는 조합 없어
강남권 조합들 “과도한 기부채납·임대주택 증가로 실익 없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규제 완화 등 추가 인센티브 제시돼야”
수도권 노후화 주택이 5년간 두 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규모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구축 아파트 단지. [연합]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수도권 노후화 주택이 5년 간 두 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규모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집 지을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서울은 군 부지, 공공기관 유휴지 등 일부 택지를 제외하면 재개발·재건축이 유일한 주택 공급처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참여해 사업의 투명성을 높인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서울에서 총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수십 개 조합에서 관심을 보이는 공공재개발과 달리 공공재건축을 하겠다는 재건축조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 재건축이 시장의 호응을 얻기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규제 완화 등 추가 인센티브가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수도권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의 노후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30년 이상된 공동 주택은 2016년 35만8644호에서 지난해 69만4614호로 93.6% 늘었다. 비수도권은 34만1797호에서 56만7271호로 66%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는 같은 기간 70만441호에서 126만1885호로 80.2% 불어났다.
서울시에서는 정작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노후화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은 오히려 줄었다. 송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최근 10년 간 서울에서 해제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389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제된 면적만 총 약 1371만㎡으로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 3곳의 지구 개발 면적을 합한 규모(1327만㎡)에 맞먹는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서울에 신규로 지정된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174곳(재개발 83곳, 재건축 91곳)이었고, 착공이 진행된 지역은 21곳(재개발 2곳, 재건축 1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좌초되며 공급부족이 발생해 집값 폭등 현상에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합리적인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안정화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미도아파트 일대. [연합] |
정부는 8·4 주택공급대책의 핵심인 공공 재건축이 사업지 발굴을 위한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재건축과 관련해 “여러 조합에서 재건축 사업 효과 등에 대해 사전 컨설팅을 신청해와 조속히 컨설팅 결과를 회신해 조합원들의 참여 의사결정을 뒷받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를 열고 재건축 조합들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해 주겠다며 공공재건축 활성화 유도에 나섰다. 이달 18일까지 한 달간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 신청 접수는 광진구 중곡아파트 등 5곳이다. 최근 며칠간 서울 지역 조합 수 곳의 접수가 추가됐으나 물량이 많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에 위치한 조합의 컨설팅 신청은 없는 상황이다.
강남권 조합들은 과도한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증가 등으로 실익이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공재건축이 물량이 많은 강남 3구 조합들의 외면을 받으면 정부의 8·4 대책이 실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8·4 대책에서 공공재건축을 통해 향후 5년간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재건축은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50층으로 올리고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여 재건축단지의 주택을 늘리는 내용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용적률의 50∼70%를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하면서, 수익성이 낮고 공급 물량의 일부가 임대주택이 될 것이라는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는 완화하지 않아 재건축 단지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노후아파트의 재건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공공재건축의 경우 시장에서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단기 불안을 감내하더라도 노후아파트의 재건축 가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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