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매수세, 갭투자 증가
거래 많은 단지, 석달 새 1억원 올라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서울에서 이달 들어 26일 현재까지 10건 넘게 매매 거래가 등록된 아파트 단지는 입주를 일주일 앞둔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단 1개 단지다. 물론 계약일 후 30일까지 실거래 등록기간임을 감안하면, 아직 거래량이 모두 집계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8월부터 나타난 관망세가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수도권 일부에서의 거래량은 폭발적이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김포시 장기동의 한강센트럴자이 1단지는 이번 달 등록된 매매거래만 54건이다. 이 단지는 70㎡(이하 전용면적), 81㎡, 84㎡, 100㎡ 4개의 면적형으로 이뤄졌는데 70㎡를 제외한 모든 면적에서 9월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이중 84㎡는 19일 5억4000만원, 100㎡는 3일 6억500만원에 팔리며 억 단위 숫자를 갈아치웠다.
정부는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 상승세가 누그러든 것을 두고, 부동산 시장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인했다. 그러나 동시에 수도권 일부 비규제지역에선 여전히 거래량이 늘고 값도 오르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운유산에서 바라본 한강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 정부가 6·17대책과 7·10 대책을 통해 갭투자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자, 비규제지역인 김포의 거래가 늘고 값도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17 대책이 나오기 전인 5월까지 김포의 월평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12건이었다. 그런데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석달간 월평균 매매 건수는 1908건에 달한다. 직전 5개월 평균 매매건에 비해 2.7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 석달간 매매거래량이 올 초 5개월보다 많다. 김포는 1월부터 5월까지 3560건의 매매거래가 나타났는데 6월부터 8월까진 이보다 2200여건 가까이 늘어난 5723건의 매매가 일어났다.
‘거래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는 이 달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진다. 경기도권에서 9월 들어 가장 거래가 많은 아파트 단지 상위 3개가 모두 김포시에 위치한다. 앞서 밝힌 한강센트럴자이1단지 외에 풍무동의 풍무푸르지오(40건), 마산동의 김포한강신도시동일스위트(36건) 등이 그렇다.
[한국감정원] |
거래가 증가하며 가격도 오름세다. 김포에선 지난해 한 건도 없던 10억원 넘긴 단지가 나왔다. 김포 오스타파라곤3단지 198㎡는 8월 13일 12억원에 팔렸다.
이 외 단지들도 일제히 6·17 이후 1억원씩 몸값을 높였다. 김포 풍무동 풍무 푸르지오는 9월 모든 면적형에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에 6·17 대책 전 4억2000만~4억3000만원 수준이던 59㎡는 지난 19일 5억5000만원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84㎡는 8일 6억9700만원 신고가를 기록했고, 108㎡는 3일 8억1500만원으로 처음으로 8억원을 넘겼다. 모두 석달전 매맷값은 그보다 1~2억원 아래였다.
고촌읍 힐스테이트리버시티2단지는 114㎡이 8월 말 9억8920만원에 팔리며 10억원 턱밑까지 올랐다.
김포시 한강신도시 내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주민들이 지나고 있다.[헤럴드경제DB] |
시장에선 3040세대의 패닉바잉이 수도권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포 아파트 매매량의 3040세대 비중은 지난달 67% 가까이 올랐다. 한달 새 7%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연초에는 60% 아래였다.
이렇게 사들인 아파트는 상당수 ‘갭투자’일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에선 6·17 대책을 통해 3억원 이상 주택 구입시 사실상 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또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간 입주가 불가능하게 됐다. 사실상 세 없는 매물만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때문에 ‘전세끼고 내 집 마련’은 김포와 같은 비규제지역이나, 혹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곳을 제외하곤 어렵게 됐다. 실제 아실 통계 결과, 최근 3개월간 전국에서 갭투자 매매거래가 늘어난 지역 1위는 경기 남양주시(176건), 그리고 2위가 김포시(137건)이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가격 상승기에 투자 목적의 주택 매수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갭투자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자산 재정비에 나서게 되면, 가격 하락기에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