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다 월세 매물 많은 단지 속출
새로 계약하는 전세는 세입자 ‘을’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이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2296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현재 임대차 시장에 나온 해당 단지의 전세 매물은 706건, 월세를 낀 매물은 791건이다. 월세 매물이 전세보다 12%나 많다.
통상적으로 고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이 부담스러운 입주예정자는 시세 대비 전세보증금을 낮춘 매물을 임대차 시장에 내놓곤 했다. 이에 전세 수요도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에 저렴한 값에 거주가 가능했는데, 이 경향이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선 저금리에 대출규제, 임대차법 시행 등 다양한 시장 상황이 월세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매물이 줄면서, 전세 거래보다 월세를 낀 반전세 거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일대 부동산. [연합] |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에서도 월세를 낀 매물이 전세보다 많아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23일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8892건, 월세 매물은 9164건으로 월세가 더 많다.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특히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송파구 잠실엘스도 23일 기준, 전세 매물 50건·월세 매물 53건으로 월세 숫자가 전세를 역전했다. 이 마저도 소진된 형태로 이달 3일에는 전세 36건, 월세 77건으로 배 이상 월세 매물이 더 많이 나오기도 했다.
강남 일대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전세 보증금도 고가이다 보니, 이를 감당 못하는 세입자가 먼저 월세로 충당하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최근엔 특히 임대차법 시행으로 월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임대수익이 나지 않는 데다가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조금이라도 월세 형태로 현금을 손에 쥐고 싶은 집주인이 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이유다. 게다가 실거주 요건 강화로 전세매물은 갈수록 줄고 있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당장 쓸 수 없는 신규 세입자는 집주인 요구를 맞춰줄 수 밖에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남은 올봄 70% 정도가 갭투자로 매수된 집”이라며 “전세금 일부를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기에는 임대인의 자금 여력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장관의 이 같은 말이 현실을 잘 모르고 전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정부가 분양 시장과 매매 시장에 대출 규제를 가하면서, 고가 아파트의 ‘현금부자’ 비중도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이에 ‘전세 시장’이 차차 줄어들 것이라 내다보는 이가 많다. 특히 사실상 ‘무이자 대출’ 역할을 하는 전세보증금이 유동성이 풍부한 저금리 상황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월세 전환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당장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줄면서, 가을 이사철 전월세 시장 대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이달 1일 2만7000여건에서 23일 현재 1만8000여건으로 줄었다.
정부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오전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세가격은 8월 첫째주를 기점으로 상승폭이 지속 둔화돼 왔지만 9월 들어서는 그간의 상승폭 둔화세가 다소 주춤해졌다”며 “향후 부동산 정책 후속조치 등에 대한 시장 기대가 추가적으로 반영되는지 여부가 안정화 속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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