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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펄펄 끓는 증시의 법칙…“돈은 미래로 흐른다”
지수 회복됐지만 지형 달라
유동성 구산업 투입 어려워
자산가들 투자 여력만 커져
코로나 이후 신플랫폼 베팅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증시가 펄펄 끓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 역성장 전망이 잇따라도, 미국과 중국이 으르렁대도, 미국 주요 도시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져도 아랑곳없다. 악재는 씹어 삼키고, 호재에는 열광적으로 춤을 춘다. 겉만 보면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냉혹한 양극화다. 가진 자는 미래를 누리고, 그렇지 못한 자는 과거에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현실을 건널 수 없는 골짜기로 만들어 가는 모습이다.

3일 코스피는 2100선을 ‘아주’ 가뿐히 돌파했다. 국내에 코로나19 비상을 걸었던 21번 확진자가 드러난 2월 21일 이전 수준의 복귀다. 코스닥은 이미 52주 최고치에 도전할 정도다. 미국에서도 S&P500이 3000을 회복했고,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시 상승 동력은 막대한 유동성이다. 유동성의 바퀴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자산가들이다. 코로나19 경제충격에도 당장의 생존보다는 미래에 투자할 여유가 있는 이들이다. 초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으로 이들의 미래준비 실탄은 넘치고 넘치게 됐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을 코로나19가 가져올 패러다임 변화에 베팅하고 있다.

미국은 구 산업이 다수 반영된 다우존스가 S&P500만 못하고, 나스닥이 가장 기세등등하다. 모바일 혁신을 이끌었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힘은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좀 더 극명한 변화는 국내에서 확인된다. 지수는 ‘회복’이지만, 종목 구성을 보면 ‘변신’ 수준이다. 구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물산, 포스코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다. 코로나19 이후 유망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는 급등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교훈으로 삼성전자에 집중했던 개인들은 결국 낭패를 봤다. 위기는 같은 얼굴로 두 번 오지 않는다. 극복을 위한 접근도 달랐어야 했다.

요즘 잘 나가는 주식의 공통점은 강력한 ‘플랫폼’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들이 가진 플랫폼이 코로나19 우리 일상을, 경제생활을 강력히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를 예로 들면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네이버 검색창 플랫폼에서 우리의 일상 대부분이 이뤄질 가능성이다. 심지어 금융까지 포함한다. 플랫폼은 일단 한번 의지하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빅데이터까지 수집할 수 있어 개인이 모르는 사이에 이들에게 사고까지 통제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플랫폼 기업은 엄청난 이윤을 내기 쉽다. 결국 플랫폼 기업 지분 확보는 미래 기득권에 대한 접근이다.

돈이 많이 풀렸지만, 앞으로 풀릴 돈이 훨씬 많다. 미국이 3월과 4월에 발표된 코로나19 유동성 2조6000억달러에 달하지만, 5월 말까지 사용된 액수는 950억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은 돈을 더 풀 태세다. 지난해 말 4조달러이던 미국 연방준비제도 자산은 이미 7조달러에 육박한다. 연말께 9조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의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에서도 3차 추경이 준비 중이다. 1년에 세 번도 이례적인데 규모도 30조원으로 엄청나다. 이미 발표한 100조도 아직 덜 풀렸다. 하지만 돈일 풀려도 실제 어려운 이들의 생존에 지원될 자금은 얼마 안 된다. 경기부양을 하려면 투자를 하고 고용을 해야 하는데, 구 산업들은 투자해 봐야 나올 게 별로 없다. 신산업 대부분은 대규모 유형자산 투자 등이 불필요하다. 결국 돈은 자산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주자들의 주가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유망주가 발굴될 수도 있다. 유동성이 워낙 많은 덕분에 전 세계적인 경제 재가동 움직임에 따른 구 산업으로의 순환매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대세는 아닐 듯싶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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