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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코로나 비웃는 증시 급반등…인플레의 역습을 경계하라
코스피 2195→1439→1914
주요기관 경제위기 경고 여전
돈 풀리며 자산 표시가격 올라
차입중독 심화, 구조조정 지연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세계적으로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은 진행 중이다. 대공황 못지 않은 경제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증시는 뜨겁다. 코스피는 수퍼 전파자인 ‘31번 환자’가 등장한 2월 하순 이후 한 달간 33% 하락했는데, 저점인 3월 19일부터 한 달간 33% 반등했다. 이젠 개인에 이어 드디어 외국인까지 순매수를 보일 정도다. 때마침 국내에서는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줄었고,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여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증시가 과열된 것일까, 아니면 경제 전망이 너무 호들갑일까.

▶급락과 급반등 왜?…3월의 글로벌 증시 대폭락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의 결과다. 불안감이 자산가격 하락을 촉발했고 마진콜(margin call)로 인한 대규모 자산 매도가 다시 자산시장을 강타했다. 극단적인 안전 선호까지 겹쳤다. 바탕에는 11년간의 양적완화로 팽창한 차입 경제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경제시스템 괴사(壞死)를 우려해서 일까.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이 파격적이었다. 부실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전에 큰 폭의 기준금리 긴급 인하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계획이 발표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학습 효과는 위험자산 선호 재개로 나타났다.

▶주가의 인플레이션=주가는 미래 가치를 할인한 값이다. 막대한 돈이 풀리고 있어 화폐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자산의 표시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로 이익전망치가 줄어들더라도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해 자산의 표시 가격은 높아질 수 있다. 주식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있어 화폐의 가치하락을 반영한다. 자산을 매입할 때는 펀더멘털이 중요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아시아 주요국 경제전망치를 내왔다. 신흥국은 중국이 1.2%, 인도가 1.9%다. 선진국은 일본이 -5.2%, 호주가 -6.7%인데, 한국은 -1.2%로 가장 낮다.

▶서비스업 소외된 코스피=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61%가 서비스업이다. 코스피는 제조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체감경기가 좋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뛰어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의 가치는 좀 더 안정적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자산가들은 돈이 많다. 집값을 끌어올리더니, 이제는 주가를 견인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 실물 경제가 어떻게 될 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머니게임(money game)’이다.

▶달러, 넘치는데 값은 오른다?=세계 경제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미국이 무제한으로 달러를 찍어내겠다는데 오히려 달러 값이 오르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달러 강세는 신흥국 수출에 도움이 돼야한다. 하지만 수출길이 막힌 지금 상황에서는 되레 치명적이다. 양적완화는 전세계에 미국의 빚을 수출하는 역할을 했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보면 전세계 GDP 대비 달러신용(은행 제외)은 금융위기 전에는 10% 미만이었지만,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14%에 육박하고 있다. 무역적자이거나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아주 취약한 구조인 셈이다.

▶‘머니게임’의 끝은=2008년 이후 진행된 양적완화에 더해 이젠 무제한 돈 풀기까지 진행되는데 과연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을까? 어쩌면 증시가 먼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있을 지 모른다. 시장 원리라면 퇴출되어야 할 한계기업까지 코로나19 대응이란 우산 아래 연명할 수 있게 됐다.

일단 머니게임의 판이 돌아갈 때까지는 수익 기회를 노릴만도 하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상황이 영속될 수는 없다.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도 언젠가는 ‘눈덩이’가 된 빚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을 지탱해온 금융과 재정의 부담이다. 더 큰 위기는 아직 채 오지 않았는 지 모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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