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통해 윤씨 무죄 확정돼도
공소시효 지나 경찰연금 그대로
화성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8차사건 범인 검거의 공을 인정받아 지난 1989년 특별진급을 한 경찰관이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8차 사건의 범인을 이춘재로 잠정 결론 내렸다. 8차사건 범인 검거로 특진을 했던 경찰관들의 ‘가혹행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8차 사건 범인 검거로 특진한 경찰 5명은 범인 검거 공로를 인정받아 지방경찰청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씨 검거로 특진한 전직 경찰 이모 씨는 1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런 사안으로 이렇게 전화를 해도 되느냐”며 “나는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도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이씨는 전화를 끊었다.
이 씨는 지난 1989년 10월 11일 화성연쇄살인사건 검거 공로를 인정받아 1계급 특진됐다. 기자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물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씨 외에도 4명이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검거 공로를 인정받아 1계급 특진했다. 당시 경찰은 화성 8차사건을 모방 범죄로 결론냈다.
특진된 경찰 중에는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혹행위를 했다고 지목한 경찰인 장모씨와 최모 씨도 포함돼 있다. 장 씨와 최씨 등 3명은 윤 씨에 대한 법원 1심선고일(1989년 10월 21일) 전에 특진했다. 윤씨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형사가 3일 동안 잠도 재우지 않았고, 그 중 두 명은 주먹으로 때리거나 다리가 불편한데 쪼그려 뛰기를 시키고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특진 경찰이후 행적 공개를 거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1999년 일부가 퇴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사유는 개인정보에 해당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5명의 특진 경찰 중 심모 씨는 화성경찰서, 경기청 특수강력수사대, 등 주요보직을 거치며 2008년 퇴직했으며, 장씨는 이후 화성서부경찰서 파출소장, 이모 씨는 화성 동부경찰서(현 오산경찰서) 파출소 팀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8차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 씨는 현재 재심을 준비중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최근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당시 범인만이 알 수 있는 8차 살인사건의 장소 등을 그림을 그려가며 자세히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10차례의 화성살인사건 모두 이춘재의 소행이라고 잠정결론 냈다.
경찰이 가혹행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가혹행위 여부에 대한 ‘선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재심을 통해 윤 씨의 무죄가 확정돼도 이들이 퇴직 경찰관으로 받는 ‘연금’등에는 영향이 없다. 공무원 연금법 65조에 따르면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퇴직연금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이 가혹행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형’ 확정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병국·김성우 기자/c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