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때 중수부과장으로서, 특수부장으로서 3년간 특수부 수사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 같고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
여당 의원이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비교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묻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돌아온 답이었다. 윤 총장은 2012년 6월 대검찰청 중수1과장으로 재직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했다. 과거 수사에서 별다른 터치를 받지 않았다면 다행이다.
그렇다면 정말 이명박 정부는 검찰에 쿨했나. 시작부터 쿨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에 대해 수사한 검찰은 무혐의로 처분했다. 정권 초기 광우병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지지율이 급락하자 검찰은 'MBC PD수첩 명예훼손'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겼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을 장악하려 시도했고 검찰이 조력했다. KBS 정연주 사장을 검찰은 배임혐의로 기소했고 결국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정 전 사장은 대법원까지 무죄를 받았다. 검찰은 YTN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비판성 글을 썼다는 이유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검찰은 수사했으나 결국 무죄가 나왔다.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이 민간인 사찰을 한 사안에 대해서 검찰은 미적댔고, 비판에 등 떠밀려 결국 재수사를 해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매입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엔 특검이 재수사를 진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너무나 많은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문재인 당시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1인 시위까지 했던 사안이지만 서울중앙지검을 배경으로 한 그 사진이 너무 유명하기에 짚지 않는다.
윤석열은 지금 총장이다. 과거 과장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을 '쿨하다'고 회상하기 전에 검찰의 과오에 대해서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지 않을까. 총장이 과장 경험으로 '쿨했다' 하니 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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