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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미제사건 누적 가속화…판사들 사이에서도 ‘워라밸’ 세대갈등
수년째 결론 안난 장기미제 1만여건 등…미제사건 증가 추세
법원내 세대 갈등 요소, “우리 땐 주말 반납, 판사는 명예직”…“여유있고 친절한 재판해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전경[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채무 분쟁을 다루는 민사소송 미제사건 수가 올해들어 최근 몇년간의 평균치를 훌쩍 상회하고 있다. 신속하고 경제적인 처리가 강조되는 민사사건에서 사건 처리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1일 법원에 따르면 2019년 1심 민사합의부에서 판결이 나지 않고 계류중인 미제사건은 연평균 4만3000여건이다. 2018년(3만8000여건), 2017년(3만5000여건)에 이어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여왔다. 판사 한 명이 심리하는 민사단독 재판도 올해 미제사건이 평균 12만6000여건에 달한다. 지난해 연평균 11만9000여건에 비해 약 7천건이 증가한 수치다. 연간 평균치로도 증가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것은 그만큼 사건 처리율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장기미제 사건(올해 7월말 기준)의 경우엔, 2년6개월째 종결이 안된 합의부사건이 1801건, 단독사건(2년 초과)은 3882건, 3000만원 이하 금액을 다투는 소액사건(1년 초과)은 4538건이 종결이 안 된채 묵혀두고 있는 중이다.

미제사건이 급증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판사들은 소송가액이 커지면서 사건 자체가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서울고법 민사부의 한 부장판사는 “수천억 단위 소송이 우리 부에 없어서 다행”이라며 “금액이 크면 변호사들이 열심히 쟁점을 만들어 내 심리가 무한정 길어지게 된다”고 난색을 표했다.

법원에 들어오는 사건 수에 비해 법관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재판업무를 보고 있는 법관은 휴직과 연구법관 등을 뺀 약 2619명이다. 법관 현원은 2900명으로, 법에서 정한 정원 3214명에 미달한다. 합의부의 경우 부장을 제외한 배석판사는 1년마다 부를 옮기는 경우도 종종 있어 사건 처리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제율 증가에 대한 법원 내 시각차와 온도차 또한 존재한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에서는 ‘우리때는 이러지 않았다’, ‘명예직인 판사가 개인적 삶의 질 강조하면 안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주말에도 나와서 판결문 쓰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법원에서도 사건처리를 빨리 하는 법관이 ‘일 잘하는 판사’로 여겨져왔고, 이 통계는 승진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는 승진에는 크게 뜻이 없고, 오랫동안 재판업무를 보겠다는 의사가 강하다. 실제로 올해 9년차인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이른바 고법부장-대법관 승진을 바라지 않는다”며 “사건 당사자들의 삶을 처리하기보다 이해하려면 일과 삶의 양립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판사는 “법관 수가 확연히 부족한데, 증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이렇게 계속 미제사건이 증가해야 예산을 쥔 정부에서 판사 수가 부족하단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수원지법은 이른바 '워라밸' 판사를 제도화한 첫 시도다. 올해 4월부터 매월 적정 선고건수를 정해두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사 단독의 경우 월 16~22건, 민사 합의의 경우 20~26건을 정해뒀고, 실제 64%의 재판부에서 이를 준수했다고 덧붙였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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