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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日 제조산업 위기 봉착…韓, 산업구조 개편할 기회”
- 일본 기술력은 세계 최고지만 영업스케일이 작고 도전정신 부족으로 시장주도권 뺏겨
- 도전정신을 가지고 패러다임을 바꿔야만 일본을 이길 수 있어
- 부품소재장비산업 상당부분 국산화 성공, 민간주도 아닌 정부주도 중장기 프로젝트 필요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일본은 현장은 세계 최강이지만 본사는 엉망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현장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영업스케일이 작고 도전정신 부족으로 기술력을 활용하지 못해 시장주도권을 뺏기고 있는 일본 제조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박천홍(사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은 지난 19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일본 제조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하면서 이번 일본수출 규제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고부가가치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는 등 산업구조 개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고베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취득한 박 원장은 비교적 일본 상황에 정통한 국내 과학자 중 하나다.

박 원장은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 이후 정밀기계기술과 모노즈쿠리 정신을 바탕으로 모든 부품과 장비를 직접 생산해 온 반면 우리나라는 30년만에 급속한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기초원천기술을 육성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고부가가치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해 선진국형 제조업 구조로 가려면 특정 완성품 생산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수직계열화를 넘나드는 강한 기반기술을 가진 업체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일본의 제조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지금) 기술로만 일본을 이기려 해서는 안되고 도전정신을 가지고 패러다임을 바꿔야만 일본을 압도할 수 있다”면서 “과거에 브라운관 TV가 LCD TV로 바뀌면서 우리나라가 TV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통계치를 인용해 과거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국산화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계부품장비산업 무역수지는 2005년을 기점으로 흑자로 전환한 이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기계부품장비산업이 2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대일무역수지적자가 50억 달러 전후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그동안 소재부품장비의 상당부분을 국산화를 해왔고 국산화가 안 된 부분은 고난이도 단기간 개발이 어려운 품목”이라며 “소재부품장비의 자체 개발로 일본 의존도를 높이지 않고 지속적 성장을 해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그동안에는 민간기업 위주의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이제는 정부주도의 적극적인 연구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와함께 단기간에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원천핵심기술 분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중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그러면서 “이번 일본 수출규제 사태로 인해 한일간 과학기술협력에도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면서 “과학기술은 정치와 별개여서 감정적인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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