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에서 지난 4일 열린 집회 현장 모습. [연합뉴스]

신주쿠에서 지난 4일 열린 집회 현장 모습. [연합뉴스]

시위를 주도한 기노토 요시즈키씨. [사진=jtbc 방송 캡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지난 4일 일본 도쿄의 신주쿠역에서 일본인들이 주도하는 ‘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집회가 열렸다. 당시 도쿄는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다. 하지만 집회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200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그날 집회의 중심에는 컴퓨터 서버관리 엔지니어인 기노토 요시즈키(34) 씨가 있었다. 요시즈키 씨는 특정 정당이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지 않고 있는 평범한 시민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참가자들을 모았고, 집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헤럴드경제는 이번 신주쿠 집회의 중심에 섰던 요시즈키 씨를 인터뷰했다.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합니다(ます)’, ‘~입니다(です)’와 같은 공손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짧은 질문지에도 긴 문장을 할애해서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최근 일본 내에서의 여론을 설명하기 위해 힘쓰는 모습이었다.

요시즈키 씨는 최근 일본 매스컴이 보도하고 있는 한국 정세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집회를 모집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일본 매스컴이 한국의 ‘경제보복 규탄’ 물결을 ‘반일시위’라고 규정하고 있었다”면서 “사실 한국 내 정서는 ‘반일’보단 ‘반 아베 정책’임을 알기에 집회를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아베 규탄 시위’에 대해서 일본 언론이 단순히 ‘반일’로만 사안을 축소·왜곡하자 여기에 반발했다는 것이다.

▶#0804NO아베 연대 항의 in신주쿠=요시즈키 씨는 “나는 (이번 신주쿠 이전에는) 집회 시위에 서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 아베’ 물결에 어떻게든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집회자들을 모으기 위해 활용한 것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었다. 그는 ‘#0804NO아베 연대 항의 in신주쿠’ 라는 태그를 달아 자신의 SNS계정에 게시글을 올렸다. 그의 트위터를 보고 많은 시민들이 동조했다.다양한 SNS에 요시즈키 씨의 글들이 옮겨졌다. 이번 집회를 준비하면서 요시즈키 씨의 트위터 친구도 300명으로 늘어났다.

요시즈키 씨의 활동을 방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본의 극우 세력들이었다.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요시즈키 씨의 활동을 비방하고,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집회에 참가할 경우 린치를 당할 것이란 경고를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요시즈키 씨는 “온라인에서는 숱한 공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집회 당일 현장에는 극우 단체 활동가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일 시민사회간 연대 필요해= 요시즈키씨는 한일 시민사회 간 연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베 총리와 그 배후에 있는 극우집단은 일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의 사상은 일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패망한 일본제국주의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베 정권에 동조하지 않는) 자유주의적인 사람조차도 이들 극우파가 내거는 선전에 감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일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가 태생하고 있다.시민들이 들고 일어서서 극우 민족주의 바람을 잠재워야 한다”면서 “한국 시민사회가 일본 내의 이런 물결과 함께 한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염치는 없지만 한국 시민사회가 우리와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으로 몇번이라도 ‘노(No)’를 외칠 것=요시즈키 씨는 앞으로도 아베 정권에 꾸준히 일침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해서, 다음 집회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한일 정세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다음 액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이상한 일을 할 때마다 몇번이라도 NO라고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시즈키 씨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의 잘못된 역사관과 경제보복에 대한 반대물결이 일고 있다. 요시즈키 씨는 “오사카에서도 ‘#0815NO아베 연대 항의 in난바’ 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집회를 계획하시는 분이 등장했다”면서 “일본 국내에 위안부 동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변호사도 등장해서, 최근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나는 (이번 신주쿠 이전에는) 집회 시위에 서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 하지만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 아베’ 물결에 어떻게든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처럼) 많은 시민들이 최근 일본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요시즈키 씨는 “일본 시민사회는 스스로 나아지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우리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동안, 한국도 연대하고 관심을 가져달라. 한일간 연대를 통해 양국 간 과거사와 최근 냉각기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