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하 의원실에 죽은 새 보내고
광안리서 북한군복 입고 총기 모형까지 들어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흉기와 협박편지, 죽은 새가 담긴 택배가 도착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 윤 의원실에서 흉기와 부패한 새 사체, 협박편지가 담긴 정체불명의 택배가 발견됐다. 사진은 윤소하 의원실에 배달된 택배.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좌우파 대학생 단체의 도를 넘은 행동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진보 단체 회원이 진보정당인 정의당 의원실에 백색테러를 가하는가 하면, 보수단체 회원들은 유튜브 홍보를 위해 북한군으로 위장까지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등장했다.
진보 성향의 대학생 단체 회원은 극우단체의 소행으로 가장,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협박 소포를 보냈다.
지난 29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죽은새 시체와 협박성 메시지 담은 소포를 보낸 용의자는 진보 대학생 단체인 서울대학생연합(서대연) 운영위원장인 유모(35) 씨로 드러났다. 이날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유 씨를 협박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씨가 극우단체가 저지른 테러를 가장해 태극기부대나 우리 공화당을 폄훼하려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씨의 드러난 활동 이력상 극우성향을 띄는 행적은 전무하다. 유 씨가 소속된 서대연은 2017년 3월 대학 운동권 단체들이 연합해 결성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서울지역 조직이다. 유 씨는 1987년 설립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계승한 한총련에도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전대협 회원 8명이 광안리 해변에서 북한군 퍼포먼스에 나선 모습. 모의 총기 등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과 인공기가 눈에 띈다. [SNS 캡처] |
보수 성향의 대학생 단체는 1980년대 학생운동 세력으로 위장한 풍자에 나섰다.
지난 24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북한군 복장으로 나타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활동도 논란이 됐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운동권세력의 이름을 표방한 이들의 실체는 보수성향 대학생 단체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부하는 우파 모임으로 알려졌다.
전대협은 북한군 차림으로 인공기를 흔들고 실제 총과 구별하기 어려운 총기 모형까지 소지해 시민들의 불안을 초래했다. 실제로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좌파 단체 회원이 우파로, 우파 단체가 좌파단체로 위장해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양상에 경찰력까지 동원되는 상황을 놓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테러, 총기모형 소지 등 과격한 운동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대학생 신모(25) 씨는 “범죄 소지가 있는 행위까지 벌이는 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며 “치열한 이념전쟁을 치렀던 냉전시대가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이념으로 대결구도를 설정하나 싶고, 단순히 관심 끌기 위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대학생의 정치참여를 존중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이모(48) 씨는 “예전에 임수경하고 임종석은 북한도 갔다왔고 통일의 꽃이라고도 불렸는데 이 정도는 약과 아니냐”며 “범죄혐의가 있으면 처벌 받아야한다는 생각이지만,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아직까지 학생운동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데 한편으론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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