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오르면서 25.8%에 여름에 집중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6월 28일 오후 3시40분께 서울 한강 원효대교 인근 수면위로 시신 한구가 떠올랐다. 신고를 받고 한강수난구조대와 함께 출동한 한강경찰대는 시신을 건져 인근 경찰서에 인계했다. 4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었다. 이날 0시 7분께 원효대교에서 한 사람이 뛰어내렸다는 신고가 들어온 뒤 발견된 시신이었다. 한강 경찰대 관계자는 "발견된 시신은 자정께 뛰어내렸다는 신고가 들어온 사람과 동일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한강경찰대는 신고가 들어온 즉시 수색에 나섰지만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날 오전 8시께도 40분간 수중수색을 벌였지만, 이 역시 허사였다.
여름이면 한강에는 알려지지 않은 죽음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실족사, 물놀이 등에 따른 변사체도 있지만 대부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시신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2018년 4년 동안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시신은 476구다. 3일에 한번씩 한강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셈이다.
시신이 발견되는 시점은 여름인 7~8월에 집중돼 있다. 476구 중 25.8%인 123구가 7~8월에 발견됐다. 2016년에는 7월에 26구, 2018년에는 19구가 발견돼 연중 가장 많다. 2017년에는 8월이 23구, 7월이 21구로 그 뒤를 이었다. 올 1~5월까지는 총 65구가 발견됐다. 다행히 한강에서 인양되는 변사체 수는 2016년 189구, 2017년 171구, 2018년 116구로 감소하는 추세다.
한강 경찰대 관계자는 "날씨가 추운 겨울의 경우 사고가 난 뒤 2~3개월만에 시신이 발견되지만 여름이면 사고후 2~3일만에 발견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수온이 올라가면서 시신의 부패가 빨리 진행돼 곧바로 떠오르는 것"이라라고 덧붙였다.
한강의 다리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는 신고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보통 하루에 10여차례의 신고가 들어온다는 것이 한강 경찰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7일 한강경찰대에는 하루동안에만 1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사람이 뛰어내렸다" "한강에서 떨어진다며 집을 나섰다" 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한강경찰대와 소방청 소속 수난구조대가 같이 출동한다.
산 사람은 수난구조대가 구해내지만 숨진 사람을 건져내는 것은 한강경찰대의 몫이다. 뛰어내렸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수난구조대와 함께 바로 수색에 들어가고 시간이 지나면 수중수색도 병행한다. 한강경찰대의 경우 2인 1조로 한번에 40분씩, 한강 바닥을 훑으며 수색을 진행한다. 한강대교 인근의 수심이 15미터로 가장 깊고, 마포대교는 5~10미터 수준이다. 한강의 평균 수심은 5미터다.
시신은 아침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일부는 한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에 의해, 또는 한강 유람선에 탄 사람들이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교복을 입은 중고생이, 새신과 새옷을 차려입은 노인이, 가방 안에 아령이 담긴 시신이 발견되기도 한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된 시신을 구조하는 것보다, 어린 학생의 시신이나 노인의 시신을 건져낸 뒤에 그 기억이 오래간다. 그들의 삶이 생각나 한 동안 힘들다"고 했다. 한팀에 9명, 총 3팀 27명으로 운영되는 한강경찰대는 팀원들이 돌아가며 트라우마 센터를 찾아 치료를 받는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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