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국회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이 열흘도 안 남았지만, 핵심 사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공회전을 지속하고 있다. 오는 20일 ‘비밀 누설’시 국회의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토록 한 방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지만, 새누리당이 ‘국정원장의 동의’를 조건으로 달면서 민주당의 반발에 부닥쳤다. 최종 합의까지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국정원 특위 새누리당 간사 김재원 의원과 민주당 간사 문병호 의원은 19일 오후 2시 30분, 국회에서 만나 최종 합의안 도출에 들어간다. 문 의원은 19일 오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비밀 열람권 강화와 기밀 누설시 처벌 강화는 동전의 앞뒷면 처럼 같이 가는 것이 맞다”면서도 “국정원장 동의는 새누리당의 주장일 뿐이다. 거기에 동의해준 바 없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합의안 도출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반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처벌 강화는 잠정적으로 합의가 다 돼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처리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차적으로는 지난 8일 합의한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당시 여야는 국회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기밀을 듣는 권한을 확대하는 대신, 기밀을 누설 했을 경우 처벌을 강화토록 한다는 큰 틀에서 합의를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 조항에 대해 돌연 ‘국정원장의 동의’라는 전제 조건을 요구하면서 합의안 처리 하루전인 19일 오후 회의가 순탄하게 처리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20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키로 한 방안에 대해서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른 쟁점들에 대한 입장 역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통신사들이 국정원의 감청을 돕기 위해 감청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감청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특위가 만들어진 근본 원인이 국정원 강화에 있는 것이 아니다”는 주장을 꺼내놓고 있다.
또 새누리당은 사이버 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국정원이 최종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사이버 상에서 대선 여론 조작을 했던 사실을 들어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추가적인 권한을 국정원이 갖기 위해선 기존의 권한 가운데 정부 부처 기획조정권을 내려 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핵심적인 기능을 내려 놓으라는 것은 ‘국정원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고, 이는 국제 사회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아예 국정원장을 임명할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국정원장 임기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다른 장관급 인사와의 형평성과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 반박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 특위는 이제 가동 잔여일을 10일도 남겨두고 있지 않지만,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특위 가동 말미에 발생한 ‘간첩 조작사건’과 ‘이석기 내란음모 유죄 선고’까지 가해지면서 여야의 정치공방으로 번져, 최종 합의안 도출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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