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6ㆍ4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정당공천’을 실시키로 사실상 확정하면서 민주당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약속을 지키라’는 공세로 여야 ‘전투 1라운드’에선 민주당이 정치적 승리를 거뒀지만, 불리할 것이 명확한 ‘민주당만의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 지키기 차원에서 밀어붙일지가 고민의 핵심이다. 자칫 전투에서 이기고도 전쟁에서 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6일 오전 ‘고위정책-정치개혁특위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 시작 전 비공개 시간 논의에선 새누리당이 ‘정당공천 유지’를 당론으로 확정할 경우 대응 방안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에선 일단 당분간 새누리당 압박을 지속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실제 전병헌 원내대표는 공개 회의에서 “새누리당의 기득권 집착은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관영 민주당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국내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또 새누리당이 공약을 파기키로 결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윤석 수석대변인은 “정당공천 폐지가 당론이지만 이번부터 적용할 것인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일정이 아직 남아있으니 결론을 보고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개특위는 1월 31일까지 가동된다.
현재 상태대로라면 6월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기초의회 공천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조만간 의총을 열어 관련 문제를 당론으로 확정짓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를 통해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 사실상 ‘퇴로’를 막아둔 상태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요구와 호남권에서 부는 ‘안철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문제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민주당만의 ‘반쪽짜리’ 정당공천 폐지 전략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야권 후보 난립에 따른 야권표 분열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공약을 지키라’며 연일 새누리당을 압박하던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당공천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키도 어렵다. 선거에서의 불리함을 감수하고 약속을 지킬 것이냐, 새누리당의 ‘공약파기’를 지렛대 삼아 정당공천을 유지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민주당이 선 것이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일단 새누리당이 어떻게 확정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스탠스도 바뀔 것”이라며 “유불리가 명확한데 민주당만 정당공천 폐지를 유지하는 것은 선거에서 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