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불가’ 선언한 민주당 설훈 의원
이제 겨우 경제불씨 살아나는데…명분·실리 없는 싸움은 끝내야
“지금 개헌을 논의하기엔 적절치 않다.”
설훈〈사진〉의원의 발언은 강했다. 인터뷰 내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했지만, ‘개헌은 블랙홀이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대해서 만큼은 ‘동의한다’고 했다.
설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만나 “대통령 후보가 ‘당선이 되면 개헌을 꼭 하겠다’는 공약을 국민 앞에서 하고, 이를 토대로 당선이 되면 ‘개헌 명분’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활성화’를 강조한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도 “지금 경제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데 개헌을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빨려들어 간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블랙홀’ 발언 이후에도 일부 의원들의 ‘개헌 주장’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그는 “나도 (개헌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안 되는 싸움을 왜 하나. 대통령이 의지가 있어야 되고 국민적인 명분과 정치권의 실리가 하나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어느 쪽도 아닌 상황이다”며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모두 틀렸는데, ‘개헌 불가’만큼은 맞는 말”이라고 보탰다.
설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대표적 ‘강경파’ 의원으로 통한다. 지난달 22일 경찰이 철도파업 주모자 검거를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로 들이닥쳤을 때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간 것도 그였다. 그래서였을까. 설 의원은 철도파업 철회를 이끌어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설 의원은 “김무성 의원은 상황을 보는 눈이 있는 노련한 정치인이다. 철도파업이 이 상태로 계속될 경우 정권 차원의 위기가 온다는 확실한 판단을 김 의원은 가지고 있었다”며 “박근혜를 충심으로 구해내기 위해 김 의원이 발로 뛴 것이다. 김 의원 특유의 ‘보스 리더십’도 그때 빛이 났다”고 보탰다.
오는 5월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가 있다. 3선인 그에게 출마 의사를 묻자 그는 “나는 안한다. 할 게 너무 많다”면서도 차기 원내대표의 필요 자질에 대해 ‘결단력, 지혜, 포용력’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박 대통령이 워낙 강하다. 차기 원내대표는 그걸 받아낼 수 있는 강단 있는 사람이, 배짱과 용기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현재는 전쟁이다. 끌려다니는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이유에 대해 “올해 연말이 되면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고, 지방선거 전망을 묻는 질문엔 “민주당과 정의당, 안철수 의원이 힘을 합치면 100% 승리한다”고 말했다. ‘지나친 확신 아니냐’는 질문엔 “정치는 확신 속에서 해야 한다”고 그는 답했다.
설 의원은 김한길 대표에 대해선 “역량 대비 120% 발휘하면서 싸우고 있는 중”이라고 칭찬했고, 전병헌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에선 “대학 동문이라 말 못한다”며 웃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