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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필 세종시서…이동흡 반대론도 변수
택시법 거부권 시사…李대통령-朴당선인 기류변화?
18일 당정협의가 정권교체기 변곡점


‘현재 권력’ 이명박 대통령과 ‘미래 권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사이 기류가 미묘하다. 박 당선인이 주도한 ‘택시법’에 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시사하고, 이 대통령이 주도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박 당선인에게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부권이 행사되거나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좌절된다면 양쪽 중 한 쪽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24일 임시국회 개회를 앞둔 시점에서 열리는 18일 당정협의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5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지원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에 대해 “국무위원들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김황식 총리가 택시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자, 기다린 듯이 반대의견을 쏟아냈다. 법제처에서는 거부권 행사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까지 내놨다. 이 대통령은 반대했지만, 박 당선인이 고수해 만들어진 세종시에서 거부권이 논의된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 대통령은 심지어 “정권 인수인계 기간이고 경제위기 때인데 정부부처가 이전해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면 국민에게 죄송한 일이다”며 정부부처 이전을 우려했다.

‘약속을 지킨다’는 정치원칙으로 택시법을 강행한 박 당선인에게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일종의 도전이다. ‘세종시를 지켜냈다’는 정치적 수혜가 컸던 박 당선인에게는 이 대통령이 계속 ‘세종시’를 마뜩잖아 하는 것도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택시법의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3분의 2라는 재의요건을 갖춰 반격할 수는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치권 내 택시법을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에게 반격카드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연일 도덕성 시비기 불거지고 있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취임을 앞둔 박 당선인에게도 부담이다. 따라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좌절시키는 대신 택시법을 통과시키는 쪽으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 후보자 인선과정에서도 박 당선인 측은 “상의한 것은 맞다”고만 했다. 법적으로 후보추천권은 현직 대통령에 있는데다, 후보자 선정을 위한 인사검증도 청와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발을 뺄 여지는 있다.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임을 앞둔 박 당선인이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단독통과라는 무리수를 둘지는 미지수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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