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한명숙(68) 전 총리가 13일 2심인 항소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15일 열리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로 나선 한 전 총리를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했던 사건이 해결된 것으로 전당대회에서 어떤 영향이 미칠지 궁금하다. 한 전 총리는 이날 판결과 관련, “진실과 정의가 권력을 이겼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성기문 부장판사)는 13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사장에게는 37억원의 횡령액 중 32억원만 인정해 1심 형량(징역 3년)보다 낮은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줬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신빙성과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수행원과 경호원이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총리) 공관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한 오찬 자리가 끝나고 돈을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은 합리성이 없고 객관적 상당성도 부족하다”며 “건강이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여러 혐의로 조사받던 곽 전 사장이 장기간 구금을 피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곽 전 사장이 검찰의 강압수사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고는 보이지 않고, 검찰이 돈을 줬다고 지목한 시기에 5만달러를 가지고 있었음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인 2006년 12월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으로부터 공기업 사장직 인사 청탁과 함께 미화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9년 말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한 전 총리는 이후 2007년 대선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10월 역시 무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한 총리는 판결직후 “매우 기쁘고 사법부에 감사드린다”면서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진실을 믿고 지켜준 국민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최근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임종석·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을 언급하며 “표적수사로 인한 제2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제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민주통합당 경선에 후보로 뛰고 있는 한 전 총리는 “이제 정치검찰이나 권력의 도구인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검찰로 바로 서야 한다. 개혁을 통해 건강한 검찰로 바로 서는 데 앞장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