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근혜)가 ‘부자 정당’ 오명을 벗기 위해 추진을 검토했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금산분리 강화 등 재벌개혁 방안을 백지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13일 출총제 부활과 관련, “내가 그것을 이니셔티브를 갖고 끌고 갈 생각은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그것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서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금산분리 강화에 대해서도 “상황이 가능해야지 무슨 제도도 변경이 되는 건데,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비대위 출범 초 정책쇄신의 키워드로 재벌개혁을 거론했던 것과는 입장을 달리하는 것으로, 그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절대적 신임 아래 정책 분야를 총괄(정강정책분과위원장)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백지화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권영진 정강정책소위 공동위원장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민생경제에 대해 더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 그런 것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앞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비대위가 전날 ‘보수’ 표현에 이어 대기업 정책의 골간도 현행대로 유지키로 한 것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당이 정체성 혼란에 휩싸일 경우 ‘집토끼도 산토끼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는 당내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위원장도 보수 삭제 논란에 대해 ‘내분은 안 된다’며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은 “보수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 이야기(출총제, 금산분리) 나오면 다시 보수 문제로 넘어갈 것”이라며 “말을 물가로 데려가도 물을 못 먹이면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 정부 들어 출총제는 전면 폐지됐고, 금산분리의 경우 산업자본이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4%에서 9%로 늘었다.
<양춘병ㆍ조민선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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