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安風)’이 판교(안철수 연구소)를 거쳐 여의도(국회)에 도착하자마자, 총선 역할론과 대선 직행론 등으로 진화, 확산되면서 정가를 흔들고 있다. 지난 1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제3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를 공식 부인했지만, 결과적으로 안풍의 불씨를 잠재우기보다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원장이 보여준 탈 이념과 기성정치권과의 차별화 행보로 좀처럼 안풍이 시들지 않고 있다” 면서 “그런 측면에서 안 원장의 불출마 발언은 총선에 안나가고 대선으로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평소 화법이 ‘고해성사’ 보다는 ‘선문답’에 가까워 행간의 여지를 남긴다는 지적도 없진 않지만, 안풍을 만든 태풍의 눈이 소멸되지 않는 한,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책과 편지에서 확인된 안 원장의 정치개혁 의지, 새 정치 구현에 대한 장외 멘토들의 기대감, 줄곧 선두권을 달리는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등이 그것이다.
안 원장은 정계 진출에 대해 입으로는 침묵 또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자신의 저서와 편지를 통해 대선주자 못지 않은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소득 양극화와 청년실업 문제 등 사회적 현안은 물론 최근 출간된 강연집 ‘안철수, 경영의 원칙’에서는 “우리나라에는 정치가 없다”며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이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면 직접 어떻게 하는게 제대로 하는 것인지 보여줘야한다”는 주장(현기환 한나라당 의원)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법륜 스님 등 무수한 장외 멘토들의 측면 지원도 안풍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비록 안 원장이 안철수 신당이나 총선 출마 등의 조언에는 화답하지 않았지만 멘토들은 “안철수가 빠진 제 3신당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없다”며 안철수 등판 불가피론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안 원장으로서는 박근혜 대세론마저 넘어선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도 스스로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정치적 부담일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결단한 ‘아름다운 양보’ 와 기성 정치권에서 보기 어려운 사재 1500억원 기부 등으로 국민적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 놓은 상태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정치포기를 선언하기가 쉽겠냐는 말이 주변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안풍의 실체는 총선에서 1차 검증을 받게 될 것” 이라며 “안 교수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총선 결과를 지켜본 후에 다음 행보를 결정짓겠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춘병ㆍ조민선 기자/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