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로금리 유지 방침으로 진정기미를 보이던 미국과 유럽 증시가 10일(현지시간) 또다시 연쇄폭락하며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11일 열리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도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이번에는 유럽의 중심 국가인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설이 ‘금융패닉 쓰나미’ 진원지 역할을 했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까지 신용등급이 내려갈 경우 관련 금융기관은 물론 공기업들의 연쇄적인 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하며, 이들 외에 재정부담이 많은 다른 국가들의 신용등급도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 불안심리가 증폭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고, 따라서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금융불안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재정)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들이 빚더미 위에서 성장을 지속해온 현대 금융자본주의 모순이 연쇄적으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런 발전방식을 추구해온 미국의 경제 헤게모니가 약화되면 불안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세계 자본주의 질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기적인 공황을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도 투자은행 등 금융기관의 장밋빛 전망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 하루만에 폭락세 반전=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519.83포인트(4.62%) 떨어진 1만719.94에 거래를 마감하며 전일 반등폭을 모두 반납하고 1만1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51.77포인트(4.42%) 내려간 1120.76을,나스닥 종합지수는 101.47포인트(4.09%) 떨어진 2381.05를 각각 기록했다.
앞서 개장한 유럽증시도 추풍낙엽이었다. 개장초 상승 출발했으나 악재가 겹치면서 폭락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45% 급락하면서 3002.99로 마감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 30 지수는 5.13% 떨어진 5613.42로 장을 마쳤다. 런던의 FTSE 100 지수 역시 3.05% 하락한 5007.16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금값은 치솟았다. 12월 인도분 금은 전일 종가보다 41.30달러(2.4%) 오른 온스당 1784.30달러에 거래를 마감, 1800달러에 다가섰다.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18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안전자산으로 최고 인기를 실감케 했다.
유가는 상승 반전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로 전날 종가보다 3.59달러(4.5%) 올라간 배럴당 82.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시장의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3.45달러(3.36%) 상승한 배럴당 106.02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이번엔 프랑스 위기, 끝이 안보인다=미국 신용등급 강등 파장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번엔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그리스에 대한 채무 우려가 새롭게 드러난 가운데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이 취약한 유럽국가의 위기로 손실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현재의 AAA로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프랑스 은행주들이 10% 넘게 떨어지는 등 시장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장불안의 끝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 경제에 대한 불안도 여전했다. 미국의 제로금리가 이미 상당기간 지속돼 왔기 때문에 제로금리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진단이었다.
로이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프라이머리 딜러들은 내년 중 또다시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지난 11월 같은 조사 때보다 두 배나 높은 평균 30%인 것으로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다시 양적 완화(QE)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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