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정보 등을 빼주겠다며 도박업주로부터 돈을 뜯어낸 경찰청 공익근무요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은 사기와 도박개장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찰청 공익근무요원 A(30)씨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도박장 개장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본분을 망각했다”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실형 전력이 없고 범행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언론보도 스크랩과 일선 경찰서의 보도자료 취합·전파 업무를 하던 중 지난해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던 박모(32)씨를 만났다. 이후 A씨는 강남 아파트를 순회하며 경찰 단속이있는지 아파트 주변에서 망을 봐주는 대가로 박씨로부터 하루 10만원을 받는 일종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A씨는 도박업자들이 단속 정보에 민감하다는 것을 눈치채곤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아는 경찰관이 있다며 “신고 정보를 빼내려면 2주에 50만원은 줘야 한다”고 유혹했다. A씨 말에 속아 넘어간 박씨는 4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건넸고 손쉽게 돈을 번 A씨의 범행은 점차 대담해져 급기야 접근 가능한 경찰청 내부 문서를 위조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시내 한 경찰서 소속 경관이 내부 전산망에 올린 비밀 카지노 관련 ‘보도진상보고서’를 내려받은 뒤 제목을 ‘내사종결보고’로 고치고, ‘소속’ 항목에는 ‘광역수사대’와 임의의 계급·성명을 적어넣었다.
또 ‘내용’에는 ‘박OO씨(도박장 운영자)는 강남과 송파 일대에서 여자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불법 카지노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적고, ‘조치’에는 ‘장소 등을 여러 군데로 옮겨다니면서 사설카지노를 운영해 추적이 어려워 내사를 종결함’이라는 문구를 기재했다.
A씨는 이 문서를 박씨에게 보여주며 마치 자신이 경찰에 힘을 써 박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끝낸 것처럼 과시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