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저가매수로 대응채비
연기금도 안전판역 톡톡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조정속
外人, 공매도로 하락장 대비
선물·옵션으로 위험회피도
당분간 증시는 ‘더블딥(이중침체) 공포’라는 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예상했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였던 데다 그동안 낙폭이 컸고, 증시 큰손들도 ‘공멸(共滅)’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자산가치를 방어하려는 외국인과 국내 증시에 대한 노출이 전부이다시피한 국내 기관들이 자산에 대한 방어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시는 속절없는 하락이나 눈에 띄는 반등도 나타나지 않는 변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공매도로 하락장 대비=외국인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대체자산이 없어 미국국채를 내다팔 상황은 아니지만, 보유채권의 가치하락에 따른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훼손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그동안 달러캐리트레이드를 뒷받침해온 ‘0%’ 금리 환경에 대한 변화도 수반한다. 실제 최근 국제기준금리 격인 달러화 리보금리는 뚜렷한 상승세다. 미국 국채 가치하락과 투자비용 증가는 한 치를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동안의 수익을 지키는 전략을 펼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방법이 유동성이 좋은 한국 증시에서 유독 효과가 높은 공매도다.
지난주 KOSPI200 기준으로 2조원 이상 대차잔고가 급증했다. 외국인 순매도가 시작됐던 지난 7월 11~29일 3주간 평균의 5배 규모다.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도 3.47%로 증가했다. 외국인 순매도 1조7538억원의 90.6%가 개별종목 순매도다.
김현준 IBK증권 연구원은 “그 이전 3주간 외국인 순매도가 대부분 차익실현 성격이었다면 지난주 외국인 순매도는 적극적인 하락베팅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하락장에 대한 강력한 위험회피 전략이다. 자산을 내다팔지 않고, 빌려 팔아 가치하락 시에도 수익기회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주에도 외국인의 공매도는 유동성이 풍부한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선물ㆍ옵션으로 반등 대비=외국인은 공매도로 하락장을 대비하지만 반대로 상승장에서도 소외되지 않기 위해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회피(hedge)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을 경우 주가 상승에 따른 위험은 이론적으로 ‘무한대(∞)’이기 때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현물을 내다팔아 코스피 2000 붕괴를 주도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선물을 사들였다. 지난 4~5일 사들인 선물은 1만계약에 달한다. 금액 기준 1조1114억원으로 같은 기간 현물매도액 9137억원을 넘는다. 현물매도에는 공매도가 포함된 점을 감안할 때 공매도를 통해 하락위험에 대응하면서도 선물매수를 통해 반등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8일에도 현선물 동시 순매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콜옵션을 팔고, 풋옵션을 사는 방법을 통해 하락베팅에 대한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반격’ 모드 들어간 국내 기관=코스피 1900선 유지의 일등공신은 역시 국내 기관이다. 그동안 펀드환매 속 증시 상승으로 싼값에 주식을 편입하지 못한 국내 기관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 뚜렷하다. 아직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에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학습효과가 스마트 머니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연기금 자산에다 선거를 앞두고 연금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이번 하락에 적극적인 안전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위축과 국내 기업이익 축소를 감안하더라도 단기간에 10%가량 빠진 것은 과하다는 인식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 “주당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현재 주가는 1.2배 정도에 형성돼 있는데, 이는 2005년 이후의 평균인 1.39배를 하회하는 수치다. 국내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지만 않는다면 코스피 1900포인트 전후에서는 지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을 감안해 과거 평균 PBR에서 -1SD(표준편차)를 적용한 PBR 1.19배 정도의 지수대”라고 설명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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