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던 중 ‘쿵’ 소리에 놀라 일어나니 방안으로 흙과 나무뿌리 등이 밀려 들어와 놀라서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사고 당시) 대부분 학생이 잠을 자고 일부는 깨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27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소양강댐 인근 야산의 산사태로 13명이 죽고 26명이 부상당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찰나의 간격으로 목숨을 건진 김모(21)씨는 사고 순간이 너무 참혹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투숙객인 김모(57)씨 역시 “펜션에서 쉬고 있는데 ‘산사태가 났다’는 이웃의 전화가 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 펜션옆 집에 흙더미가 쌓여있기에 일행을 불러 도로쪽으로 달려가는데 ‘우르릉’소리가 나더니 흙더미가 펜션을 덮쳤다”고 당시를 증언했다. 그는 이어 “일행 중 한 명이 집 밖으로 나왔다가 미처 챙기지 못한 신발을 찾으려고 돌아서는 순간 흙더미에 휩쓸려 중상을 입었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며 “흙더미와 건물 잔해물 등을 피해 도로 쪽에 피신한 사이 대학생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이 이어지고 흙을 뒤집어쓴 학생들이 뛰쳐나오는 등 아수라장이었다”고 회상했다.
봉사를 온 대학생 이모(27)씨는 “낮에 봉사활동을 마친 뒤 펜션 2층에서 잠을 자던 중 굉음에 놀라 일어나 보니 산사태로 계단이 모두 흙에 잠기고 무너져 구조 때까지 공포에 떨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전했다.
생명을 구한 기쁨도 잠시, 병원에 입원한 이들은 함께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사망자와 3명의 실종자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좋은 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떠난 길에서 참변을 당한 친구들의 죽음 앞에 이들은 “이럴수는 없는것 아니냐”며 허탈해 했다.
산사태를 신고한 최모(33ㆍ회사원)씨는 “퇴근길 차량 운행 중에 산쪽을 보니 집 한 채가 통째로 산사태로 흙에 쓸려 떠내려가고 있었다”고 신고했다.
이날 사고의 조짐은 이미 26일 오후 11시께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비로 배수로가 넘치면서 일부 펜션과 주택 등이 침수됐다. 이어 27일 0시께 1차 산사태가 발생, 사고 펜션 인근 주택에 흙더미가 밀려들었으며 곧이어 10여분 후 2차 산사태가 나면서 순식간에 펜션 4채를 덮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건물의 일부는 흙더미에 밀려 100여m 아래 의암호까지 떠내려간 것으로 확인돼 당시 산사태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김재현 기자 @madpen100> 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