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 끝에 연일 집중호우가 물폭탄처럼 쏟아지자 동대문 신발종합상가엔 장화가 재등장했다. 장화는 올해 긴 장마와 외국산 패션 장화의 영향으로 인기를 끌며 신발 판매상들의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지난주 폭염이 이어지며 장화 판매량은 주춤한 상태였지만, 이번주 들어 다시 비가 쏟아지며 장화의 효자노릇은 계속될 전망이다. 동대문에서 10년째 신발을 판매하는 김율기(56)씨는 “올해 장화가 없었으면 큰 일 날뻔 했다”며 “장화가 이렇게 많이 팔린 해는 장사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로 운동화를 판매하는 김씨는 평소에도 장화를 몇 켤레 갖다놓기는 했다. 그러나 남자들 작업용 장화 소량만 가게 구석에 진열대를 따로 만들어 놓아둔 정도였다. 김씨는 “작년부터 여성 패션 장화를 찾는 손님들이 늘면서 주력 상품이 바뀌었다”며 “작업용 장화 공장들도 색깔을 분홍색으로 바꿔서 상품을 내놓을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장화를 찾는 손님은 어른 아이 할 것 없다. 아동화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황은자(여.55)씨는 “요즘은 장화 밖에 안나간다”며 “뽀로로, 키티 등 캐릭터가 그려진 장화는 팔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 못 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씨는 젊은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신을 장화를 사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동대문 신발 상인들이 지적하는 장화의 인기요인은 강우량 급증과 패션 장화의 유행이었다. 3년 전부터 인터넷 쇼핑몰에 ‘헌터’ 등 고가의 수입 장화가 등장하더니 작년부터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거기다 올해 강우량이 예년의 3배 가량으로 집중 호우가 이어지면서 장화의 ‘실용성’도 주목받게 됐다. 샌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아주머니, 아가씨, 아이들까지 고객 연령층이 다양하다”며 “젊은 사람 사이에서 유행하던 것이 전반적으로 퍼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율기씨는 “작년에 유행조짐이 보이자 장화 공장들이 1년 동안 물량 준비를 많이 했다”며 “때마침 비까지 많이 와서 타이밍이 딱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장마 소식에 몇몇 상인들은 “장화는 장사하기 까다로운 물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화는 일반 신발에 비해 제작기간이 2~3배 이상 길기 때문에 미리 주문해야 하는데 변덕스러운 날씨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한 상인은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올줄 알았으면 진작 들여놓을 걸 그랬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경기도 안좋은데 (대량주문 할만큼) 간이 크진 않다”고 웃었다.
이자영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