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이 17일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베트남 방문 후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등을 차례로 찾는다. 겉핥기로 잠시 들리는 수준이 아닌 20일간의 대장정이다.
한화 측에서는 향후 그룹의 먹거리를 책임질 태양광발전, 플랜트건설, 금융, 석유화학, 방위산업 분야 해외 진출을 위해 김 회장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11년은 특별하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앞으로의 10년이 한화그룹의 글로벌 선진화를 이룩할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구체적인 방향으로 김 회장이 주목한 곳이 해외였다. 김 회장은 “해외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과 글로벌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3월 ㈜한화/무역에 해외사업실을 설치하고 다섯 개 지역에서 글로벌 시장개척단을 발족했다. 이 조직의 임무는 이름대로다. 단순히 해외진출 수준이 아니라 척박한 환경의 ‘개척’이다. 남미, 아프리카, 아세안, 호주, 서남아시아 등 5개 지역이 그 대상이다. 중국과 중동, 미국 등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는 구조를 깨야 한다는 의중이 담긴 배치였다. 김 회장의 이번 동남아 방문은 시장개척단이 만들어진 후 첫 방문이다.
김 회장은 동남아에서 단지 기존 제조업 진출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발전하는 자본 시장 규모에 맞게 금융 시장 진출을 꾀하고 한화의 새 주력인 태양광 사업에 대한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최근 8조원대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을 수주한 한화건설의 장점인 플랜트 및 사회간접자본(SOC)건설을 통해 동남아시아 인프라 건설 및 발전산업 진출에도 힘을 쏟는다.
부존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시아의 자원개발 시장에도 발을 디딜 예정이다. 조림산업, 유연탄 개발, 팜유 개발 등을 추진하고, 방위산업의 경우 교역량 확대 및 신규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베트남을 비롯해 이번에 방문하는 동남아 5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신속한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제의 중요한 성장축”이라며 “부존자원과 인적 인프라, 성장성을 고려할 때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