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함께 자리한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양해각서(MOU) 체결이나 파트너십 모색 때문이 아니었다. 이들 6명은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 위원장단이다. 이희상 회장이 중견기업위원장을, 나머지 5명은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중견기업 위원장단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를 향해 “중견기업 하기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정책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이분법 패러다임에 매몰돼 있어 중견기업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표출했다.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회 위원장단이 중견기업 실상과 그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진 부위원장(한독약품 회장), 김진형 부위원장(남영비비안 사장), 이희상 위원장(운산그룹 회장), 최병오 부위원장(패션그룹형지 회장), 박진선 부위원장(샘표식품 사장), 이종태 부위원장(퍼시스 사장). |
이들은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연결고리가 활성화돼야 산업이 발전하는 데, 중견기업이 사각지대에 있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웠더니 대기업과 똑같은 규제를 받게 됐고, 중기때 누렸던 혜택 160개만 사라지더라”며 이런 현실에서 어느 CEO가 중견으로, 대기업으로 키울 생각을 하겠느냐는 반문도 제기했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했더니 얻은 것은 ‘힘든 여정’이라는 직설적인 불만도 나왔다. 이종태 퍼시스 사장은 “열심히 노력해서 중기를 졸업하고 중견으로 올려놨는데, 결과적으로 (중소기업기본법상)국내 조달시장에서 손을 떼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며 “협력사 직원들 생계를 고민하다가 결국 ‘팀스’라는 회사를 세워 법인 분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중견기업은 일자리창출 기여도가 가장 큰 ‘산업의 허리’인데, 실질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연구개발(R&D)과 가업상속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중견기업 범위 등에 관해 규정했지만, 중견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틈바구니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분야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상시근로자수 300인 이상, 매출액 3000억원 초과’,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났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을 뜻하는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서 벗어나면 각종 금융 세제 인력 관리 지원이 줄어든다. 이에 중견기업들은 독자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바라고 있다.
국내 중견기업은 300만개 사업체 중 0.04%인 1200개사로 추산되며, 일본의 1%에 비해 크게 모자란다.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기업은 119개사인데 비해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발돋움한 독립기업은 3개사에 불과하다.
<김영상 기자@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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