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연구소의 V3가 우리나라 인터넷 보안시장을 독식하던 시절 권석철 대표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는 1998년 3월 하우리라는 안티-바이러스 제품 및 보안 솔루션 개발 전문 업체를 설립했다.
하우리는 하드 디스크 내의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영구삭제 솔루션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듀얼엔진 장착이 가능한 통합엔진을 개발해 검진률 및 치료율 극대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00년 전후로 ‘님다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하우리는 바이로봇이란 백신으로 가장 신속하게 대응했다. 당연히 바이로봇의 지명도는 크게 올라갔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 또한 급상승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또한 바이러스를 치료하면 반드시 컴퓨터를 껐다가 켜야 했던 다른 백신들과 달리, 권 대표는 리부팅이 필요 없는 노 리부팅 기술을 개발하면서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로 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한 시절이 지나자 부실 경영, 그에 따른 상장 폐지, 그리고 뜻하지 않은 검찰 고발 등의 악재가 줄줄이 터졌다. 보안 천재는 순식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권 대표 말 그대로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그런 그가 절치부심 끝에 다시 돌아왔다. 그의 회심의 카드는 공격적 보안, 바로 해킹이다. 기업과 계약이 끝나면 해커로 가장해 취약한 사항을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물론 해당 기업 전산 실무진들은 계약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진행한다.
권 대표는 이를 ‘침투 진단 사업’이라 부른다.
옛 하우리 바이로봇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시 차린 회사가 큐브피아다. 현재 그는 보안 허점을 찾을 수 있는 모의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감기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듯이 기업의 해킹 면역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권 대표는 “내년 개발이 완료되면 기업들의 보안 자생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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