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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권력과 문학의 공생관계는 어디까지
세계문학은 여전히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선두에 1982년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있다. 라틴문학을 단숨에 중심권으로 끌어올린 마르케스지만 그에게는 ‘피델의 궁정작가’라는 오명이 따른다.

2010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바르가스 요사는 “마르케스가 피델 카스트로를 치밀하게 지원해온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공공의 언어로 책임감 있게 설명하는 기사나 에세이를 본 적이 없다”며 비난했다

쿠바의 52년 장기 권력자 피델 카스트로와 마르케스의 특별한 우정을 다룬 ‘카스트로와 마르케스’(예문)는 70년대 이후 무덤까지도 같이 갈 강철 같은 신뢰관계를 이어온 둘의 우정이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져 왔는지 방대한 증언과 인터뷰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들려준다.

저자는 이 둘의 관계를 순수한 우정이라기보다 공생관계로 파악한다. 특히 마르케스의 권력지향적, 정치적 행동에 주목하며 학생시절부터 최근의 동선까지 따라간다. 구애의 손은 마르케스 쪽에서 먼저 내민 것처럼 보인다. 혁명의 정착과정에서 피델이 강압적으로 지식인의 자아비판을 촉구한 ‘파디야 사건’에 대해 지식인들이 들끓을 때, 마르케스는 유보적 입장을 취한다. 소련의 ‘프라하의 봄’ 침공에도 피델 편을 이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편들기에 선다.

저자는 마르케스의 주요 작품인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족장의 가을’ ‘백년 동안의 고독’ ‘미로 속의 장군’ 등에 거의 일관되게 등장하는 독재자, 장군, 대령의 이야기 역시 권력에 대한 동경으로 본다. 심지어 ‘족장의 가을’은 카스트로가 주인공 독재자의 성격이나 행동이 자신과 너무 닮았다는 이유로 쿠바에서 출간을 금할 정도였는데, 실은 이 책이 독재자를 비난한다기보다 오히려 공감과 존경심을 담고 있다는 해석이다.

둘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가까워진 계기는 미국의 봉쇄조치와 앙골라 내전. 마르케스가 미국의 봉쇄조치를 비판하고 쿠바의 앙골라 내전 개입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긴밀해진다.

권력지향적인 마르케스는 피델에겐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에 명망을 떨치고 있는 마르케스의 문학적 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혁명성과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정당과 지도층으로부터 장관이나 대사 자리, 심지어 대통령으로 출마하라는 제안을 받지만 거절하는 대신 피델의 입으로 활동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치적 행보를 펼쳐나간다.

공생관계에서 어찌 보면 마르케스가 한 수 위다. 마르케스는 부와 명예를 얻은 데 이어 영화재단과 학교를 만들어 영화에 대한 소싯적 꿈까지 이룬다. 자신의 말대로 ‘날 때부터 음모가’였던 마르케스는 피델에게서 자신의 잠재된 정치적 욕망과 꿈을 채울 터전을 발견한 것이다.

둘의 우정을 다룬 책이지만 마르케스를 정치적 인물로 해석한 평전에 가깝다. 피델의 문학적 기질과 소양, 네루다와 마르케스의 관계와 노벨상을 받게 된 이면의 얘기들도 흥미롭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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