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장
서울시가 설립한 외국인 지원센터의 주된 활동 중 하나는 바로 한국어 강의이다. 서울글로벌센터뿐 아니라 7개의 지역 빌리지센터와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강의는 외국인 지원자들이 붐빌 정도로 인기가 높다.
비록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나도 한국어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전문강사들이 가르치는 한국어 강의는 훌륭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발음 교정 수업이었다.
강사들은 정확한 한글 발음을 가르치기 위해 언제나 한글발음표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독자들이 생각하기에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이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외국어로 표기된 이름이나 단어를 모국의 문자로 읽으려다 잘못된 발음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에 한국의 한 외국대사는 현대(Hyundai)를 영어 알파벳대로 읽어 한 번도 한글 발음 ‘현대’로 정확하게 들린 적이 없었다. 마치 ‘하이앤다이(High and die)’처럼 들렸다. 이는 하이앤다이(High and die)라는 영어 단어의 의미로 봤을 때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에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실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영어 알파벳이 매번 정확하고 규칙적으로 발음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어식 발음 표기는 영어 단어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하며, 항상 일정한 음성으로 발음되지도 않는다. 또한 같은 알파벳을 쓰더라도 나라가 다르거나, 같은 나라에서도 방언을 쓰는 사람들이 읽을 경우 발음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한글 발음표기가 한국어를 가르칠 때 가장 좋은 수단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영어 발음을 가르칠 때에도 한글 발음 표기를 사용한다면 큰 착오가 생길 수 있다.
한글은 음성학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모국어를 발음하는 것과 똑같은 발음을 한글로 모두 정확히 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어를 배울 때는 해당 언어의 정확한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구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한국어를 가르칠 때는 한글 발음 표기를, 영어나 다른 서양 외국어를 가르칠 때는 알파벳 또는 해당 외국어 알파벳 발음 표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영어 알파벳의 거의 모든 발음을 한글 발음 표기로 대체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글이 그런 표기에 적합한 표음 문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글 발음으로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알파벳은 사실 제한적이다. 영어 알파벳은 그것만의 확실한 발음을 가지고 있고, 다른 발음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글 발음 표기로 영어를 배울 경우 잘못된 발음이 계속 발생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내 핸드폰으로 숫자 ‘0’을 누를 땐 ‘Zero’가 아닌 ‘제로(Jero)’로 들린다. 한국어에 ‘Z’에 해당하는 음성이 없고, 가장 비슷한 음성이 ‘ㅈ’(사실 북한에서는 ‘Z’에 가깝게 발음된다)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음성이 확실히 다르고 비슷하지도 않게 들린다.
또 한글에는 ‘R’과 ‘L’이 모두 ‘ㄹ’로 쓰여져서 ‘Royal[로열]; 왕의’ 과 ‘Loyal[로열]; 충성의’ 두 단어가 구별되지 않는다. ‘F’ 발음을 ‘P’로 하거나 ‘Sh’를 ‘S’로 발음하는 경우도 비슷한 예다.
나는 한국인들에게 알파벳 한 글자를 다르게 발음할 경우 완전히 다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한국이 더욱 국제적인 국가로 부상하고, 아이들을 외국어 잘하는 미래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고자 한다면 더 정확한 발음을 가르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