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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수무책 원전4호기…연쇄 핵분열땐 원자폭탄급 충격
별도 격납용기 없어 더 심각

노출된 핵연료봉 산화땐

대량 방사성 물질 쏟아져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4호기 내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의 물이 남아있지 않다”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17일 발표는 사용후 핵연료봉의 파손을 막을 수 있는 ‘통제장치’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면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이들 물질이 주변 지역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면, 방사능 물질 유출 발생 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경 30㎞ 이내에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재발할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핵연료봉 파손 시 방사능 유출=지난 16일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또다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미 한 차례 수소폭발이 일어났던 4호기 원자로에서 다시 폭발이 일어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틀간 계속된 화재로 건물 상단에도 구멍이 났고 외벽에도 지름 8m의 구멍이 뚫렸다.

4호기의 상황은 앞서 폭발한 1ㆍ2ㆍ3호기보다 심각하다. 다른 원자로는 격납 용기로 보호돼 있지만 다 쓴 폐연료봉을 보관해 놓은 4호기는 별도의 격납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 중에 노출된 사용후 핵연료봉이 공기 중에서 산화하면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량의 방사선이 누출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핵반응이 일어나 대폭발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뚫린 외벽의 구멍을 통해 요오드, 세슘 등의 방사능 물질이 곧바로 대기 중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난 2006년 미국 하원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안전성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장 수조의 냉각에 실패할 경우, 약 100시간(약 4일)이 지나면 사용후 핵연료봉을 둘러싼 지르코늄 피복은 고온이 되면서 부식이 생겨 화학반응을 일으켜 파손되고 연료봉 내의 각종 방사성 물질이 화염과 함께 대기 중으로 급속히 퍼지게 된다.

▶핵연료봉 수조바닥 녹이면 더 큰 문제=수조 속의 물은 사용후 핵연료봉이 과열되지 않게 하는 냉각수 역할을 한다. 이 물이 사라지면 사용후 핵연료봉은 파손되면서 엄청난 고온을 발생시킨다. 이때 고온은 수조 바닥을 녹여 원자로가 있는 격납 건물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이럴 경우 격납건물을 둘러싼 외벽에 난 구멍으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사용후 핵연료봉 내부에 있는 우라늄-235는 중성자를 만나 ‘붕괴’되면서 열을 낸다. 이 중성자는 다른 우라늄과 만나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방사성 물질이 쏟아져 나온다.

핵분열 연쇄반응은 원자력발전은 물론 원자폭탄의 원리이기도 하다.

노희천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수조에 물이 빠지게 되면 사용후 핵연료봉은 파손되면서 연료봉 내 피복재가 증기하고 반응해 고온이 되면서 연료봉의 부식을 가져오고 다량의 방사능 물질이 나오게 된다”며 “이들 물질이 격납 건물 내부로 들어오게 되면 이는 격납 건물을 둘러싼 외벽의 구멍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주변 지역도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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