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분쟁 발생시 피해자 측의 입증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의료 피해를 구제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입법을 눈앞에 두게 됐다. 지난 1988년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노력이 시작된 뒤 23년 만이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처리했다. 예상대로라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송이 아닌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전담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중재원에는 50~100명 이내의 감정위원으로 구성되는 의료사고감정단과, 위원장 및 50인 이상 100인 이내의 조정위원으로 구성되는 조정위원회로 구성된다.
지금까진 의료사고가 발생해 병원(의료진)과 환자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이 유일한 해결책이었기 때문에 환자가 큰 부담을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진행된 의료 소송의 평균 소요 기간은 26개월이 넘었다.
그러나 법안이 확정돼 발효되면 분쟁 이해관계자가 조정 절차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조정을 원치 않을 경우 곧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법안은 또 중재원의 의료사고 조사 시 사고의 원인이 된 의료행위 당시 환자의 상태와 그 행위를 선택하게 된 이유 등을 의사가 서면 또는 구두로 소명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감정위원이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해 관련 문서를 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임의 조정 전치주의를 채택해 의료사고 피해자가 소송과 조정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의사가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중재원이 보상할 수 있고, 피해자의 신속하고 충분한 배상을 위해 손해배상금 대불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법 논의 시작 23년 만에 의료사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100% 완벽하지 않지만 의료사고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과 소송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낭비를 다소 줄일 수 있는 제도 생기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분쟁 소송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비용과 이에 따른 환자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또 이 법안은 의료사고 관련 불안감을 줄여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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