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아동과 여성들이 수사과정에서 2차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들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이 마련됐지만 선발인원이 계획에 못 미치고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동, 여성, 장애인 성폭력이 큰 사회 문제화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대책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해 지고 있어 땜질식 처방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0월 대검찰청과 함께 아동ㆍ지적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 범죄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피해아동ㆍ여성 진술조사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80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며 이론 100시간과 실습 80시간 등 총 180시간의 교육을 수료한 전문 인력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사계획 수립에 조언을 하는 등 전문가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 1월에는 19명의 수료자가 배출됐다. 수료증을 받은 교육생은 검찰청ㆍ경찰청 등 피해자 조사를 담당하는 수사관 등 9명과 아동심리학 전공자 등 일반인 10명을 포함해 총 19명이다.
그러나 당초 목표로 했던 80명 선발은 요원했다. 여성가족부가 프로그램 교육을 여성ㆍ아동 폭력피해 중앙지원단에 위탁하면서 교육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우선 50명을 선발했다. 또 지원자격에 석ㆍ박사 조건을 달아 일선 민간시설이나 단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지원이 원천적으로 어려웠다.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교육생 선발과정에서 석박사 자격제한을 두고 현장에서 상담활동을 했거나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수료생 중에 일선 경험이 있는 인력은 없고, 심리학 등 관련 분야 학위 소지자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일선에서 성폭력 상담 활동이 전무한 이들이 현장에 투입될 경우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또한 아동 및 장애인 성폭력의 이해, 아동의 발달특성 이론 및 실습교육 등 10과목에서 과목당 60점 이상을 넘지 못하면 과락을 시키고 전 과목 평균 70점 이상이 안 돼도 교육과정에서 중도 하차하도록 했다. 실습교육 과제를 제출하지 못한 이들도 중도에서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관계자는 “양질의 전문인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탈락자들이 많이 나왔지만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료한 검경찰 수사관 9명은 일선에서 활동하고 나머지 10명은 해바라기 아동센터, 여성ㆍ학교폭력 원스톱지원센터 등에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수요가 없어 배치가 안 된 상태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수요가 있으면 전문인력을 교육할 필요가 있지만 당장 80명을 채우기 위해 계속 양산할 계획은 없다”며 “일단 올해 교육도 실시한다는 방침만 정해진 상태이며 구체적인 시기와 커리큘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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