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자연환경이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전원생활 역시 이를 고려한 입지선택 및 집짓기가 요구된다. 이미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살다보면 신이 아름다운 자연을 짓고, 그 자연 속에서 날마다 인간이 치유되고 회복되도록 자동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고백한다.
자연치유는 먼저 삼림욕과 피톤치드를 들 수 있다. 피톤치드는 주로 침엽수에서 해충이나 미생물 및 각종 균으로부터 자신을 방어 하기위해 발산하는 방향·항균물질로, 산림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호흡을 통해 체내로 흡수하게 되면 뇌의 피질을 활성화 시켜 스트레스 완화는 물론 심폐기능 강화와 인체 면역력을 높여 심신회복 및 치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중 피톤치드 발산 량이 가장 많은 때는 해 뜰 무렵인 새벽 6시와 오전 10~12시 사이며, 바람이 많이 부는 산 밑이나 정상보다는 산 중턱이 풍부하다. 특히 침엽수에서 많이 나오며 여름에 발산되는 피톤치드 양이 겨울철 보다 많다.
근래 들어 피톤치드를 이용한 삼림욕이 건강 치유의 방편으로 재차 주목받으면서 특히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뿜어낸다는 편백나무 숲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흔히 히노끼탕의 재료로 잘 알려진 히노끼 나무가 바로 편백나무이다. 전남 장성과 장흥, 전북 군산과 완주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전남 장흥군은 억불산 편백나무 숲을 자연치유 명소로 육성하고 있다. 장흥군은 지난 2006년 장흥읍 우산리 억불산 숲 100㏊ 중 12㏊를 매입해 52억 원을 들여 ‘ 편백우드랜드’를 조성해 지난 2009년 7월에 개장했다. 또 45억 원을 투입해 33㏊ 규모의 ‘치유의 숲’을 오는 2012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남녀 모두 나체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누드 에코토피아 단지’가 막바지 공사 중이다. 이와 함께 아토피 재활치료, 휴양복합단지를 올해 개장한다. 이곳에는 테라피센터를 비롯해 소금치료실인 일명 소금동굴, 요가실, 풍욕실 등이 갖춰진다. 장흥군의 한 관계자는 “장흥인구가 4만 명인데 연간 22만 명이 방문하다 보니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억불산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산림치유 등을 위해 장흥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순창군, 충북 영동군도 내년부터 치유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 금곡·추남마을을 푸근하게 감싸고 있는 축령산의 편백나무 숲도 ‘치유의 숲’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군산 월명공원 편백나무 숲은 총 7개소 9만㎡에 달하며, 수원지 주변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음이온과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울산시는 아토피성 피부염은 물론 항암치료의 장으로 편백림 산림욕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국내 최고 치유의 숲을 보유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울산 전체의 편백나무 숲 규모는 총 29곳, 86㏊에 이른다.
산림청은 이미 경기도 양평군 산음자연휴양림을 ‘치유의 숲’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존 양평 산음휴양림은 산림치유 장기체류형 휴양림으로 전환, 우선 전통한옥을 비롯해 황토방ㆍ귀틀집ㆍ너와집 등 장기체류시설을 확보키로 했다.
조용한 숲속에서의 명상도 자연치유법중 하나이다. 강원도 홍천 대명비발디파크 인근에 자리 잡은 ‘힐리언스(Healience)’라는 선(仙)마을은 국내 대표적인 정신과 전문의로 꼽히는 이시형 박사가 일부 기업의 지원을 받아 조성한 ‘건강마을’이다. 이곳에서는 식습관에서 운동, 명상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건강습관을 길러주고 있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은 ‘건강로’로 이름을 얻고 있다. 계족산 100리 숲길 가운데 황톳길 구간은 14.5㎞로 계족산성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돌아 장동삼림욕장에 이르는 구간이다. 계족산 황토 길은 지난해 맨발 마사이 마라톤대회가 열리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황토가 내뿜는 원적외선이 인체의 세포운동을 촉진해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황톳길 걷기 마니아를 배가시키고 있다.
‘공기의 비타민’으로 알려진 음이온의 효과 또한 자연의 축복 중 하나이다. 우리 몸은 원자라는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는데, 몸속의 무기질들은 대부분 +, -의 전기를 띠는 이온 형태로 존재하고 그중 -전기를 띠고 있는 원자를 음이온 이라고 한다. +전기를 띠고 있는 것은 양이온이다. 양이온은 도시생활에서 집의 시멘트, 음식, 스트레스 등에서 많이 방출된다. 이처럼 양이온이 많은 곳에서 살게 되면 몸은 이상신호에 둔감해지고 병에 걸려도 바로 대처하지 못해 큰 병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양이온에 맞설 음이온이 필요하다. 두 성분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 몸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숲은 피톤치드와 함께 음이온을 많이 방출하기 때문에 몸이 아픈 사람들이 숲으로 요양을 떠난다. 도심지의 공기 1ℓ 속에는 20~50만개의 먼지가 존재하는 반면, 숲속에는 병원균이 없는 수천 개의 먼지만 있다고 한다. 음이온은 울창한 숲속 그중에서도 산속 폭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전원생활 입지를 구할 때는 이 같은 자연치유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