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한고비만 넘기고 더 큰 고비를 맞게 될 모양이다. 시행 시기는 2014년이나 2015년부터 실시하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지지만 시행범위와 부담규모에대한 대립은 더욱 첨예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일단 9일 오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하에 관계 장관 간담회를 열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 시기에 대한 ‘통일된 의견’ 만들기에 도전하지만 결론은 미지수다.
지식경제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법안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적용시기는 2015년 이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대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산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배출권 거래제 시행시기를 2013∼2015년 범위에서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시행시기에서 이전보다 융통성을 보이는 셈이다.녹색위 관계자는 “10일 규제개혁위원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9일 회의에서는 시행 시기와 관련해 어떻게 하든 결론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 부처간에 계속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등은 이제 시작이란 부정적 분석도 있다. 시행시기엔 어느정도 합의가 되더라도 적용 대상 기업 범위와 부담 규모에 대한 부처 간 의견 차이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대한 논의 자체를 2015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산업계 주장이 점점 거세지는 것도 걸림돌이다.
지경부는 “2015년 이후에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산업계를 설득하려면 기업의 부담을 좀 줄여주는 방향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시행법안을 손질해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반면 녹색위는 시행 일정은 양보해도 시행 자체를 유보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9일 관계 장관 간담회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 시기에 대해 정부 간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모든 갈등이 다 봉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둘러싼 정부 간 대립과 산업계 반발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안현태ㆍ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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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이름 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제도를 뜻한다. 정부가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량 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기업은 여분의 온실가스 배출권한을 배출권 거래소를 통해 다른 회사에 팔 수 있다. 거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다른 업체로부터 필요한 양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한을 돈을 들여 사들여야 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펼치도록 뒷받침 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