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참가한 스포츠 대회는 재미와 의미, 대중성을 다 잡았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아이돌들이 그동안 수많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기존 이미지를 전복하는 효과도 가져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조권이 MBC 아이돌스타육상수영선수권대회의 50m 달리기에서 보여준 ‘날쌘 돌이’의 모습은 평소 ‘깝’을 떨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아이돌들이 이렇게 진지해본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강한 몰입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제국의아이들 멤버 김동준이 50m 달리기에서 6초02로 세계 최고기록인 5초56에 별로 뒤지지 않는 기록을 거둔 것도 모두를 놀라게 했다.
남자 수영 50m 자유형 경기에서 샤이니 민호, 2AM 슬옹, 탤런트 이장우, 가수 손호영이 접전의 명승부를 펼친 것도 연예인의 원초적 건강미를 보여준 것이다.
여자 높이뛰기에서 에프엑스 멤버 루나와 미쓰에이 페이, 애프터스쿨 가희가 펼친 접전도 스릴을 제공했다.
물론 경기 운영상 문제점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여자 높이뛰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루나가 두발로 굴러 앞구르기로 넘은 건 대한육상경기연맹이 규정한 경기 규정을 위반했다. 대회주관측이 이를 어떻게 해서 인정해준다는 안내 정도는 있었어야 했다. 육상대회에서 먼저 출발하는 장면 같은 문제도 가끔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아이돌들이 대거 참가한 스포츠 대회는 모처럼 건강한 승부의 세계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스포츠가 가지는 긴장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한 스릴을 맛보게 했다. 남자 아이돌들은 대회장에서 긴장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경기중에는 서로 말도 거의 하지 않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는 게 담당 피디의 말이다.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 대회의 진행도 전문 해설자와 캐스터로 스포츠 중계의 형식을 갖췄다.
김성주는 실제 오랜 기간 스포츠 캐스터로서의 경험을 지니고 있다. 김용만이 예능적인 진행을 했지만 기록 스포츠로서의 모양새를 해치지는 않었다.
KBS 설특집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가수 김소리(SORI)와 유키스 수현이 상금 일부를 자선단체 굿네이버스에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앞으로 연예인들이 참가하는 명절 특집 스포츠대회는 문제점을 보강해 정착시킬만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포츠 종목을 더욱 다양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MBC 아이돌 스타 수영-육상대회를 연출한 김유곤 PD는 “예능적인 재미를 완전히 버리고 몸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경쟁하는 스포츠의 승부를 담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앞으로도 아이돌 육상 수영대회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MBC ‘아이돌스타육상수영선수권대회’가 18.7%(AGB닐슨 미디어리서치)로 시청률 1위, KBS ‘연예인복불복마라톤대회’가 SBS ‘동안선발대회’(13.3%)에 이어 시청률 12.1%로 3위에 각각 올랐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